이집트 反군부 시위 격화…또 사망자 속출

2011-11-23 21:36
9개월된 아기 최루탄 가스에 사망…“닷새간 31명 숨져”<br/>알렉산드리아에서도 대규모 시위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이집트 군부와 시민 세력의 충돌이 수도 카이로를 벗어나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일간 ‘데일리뉴스 이집트’는 23일(현지시간)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집트 민주화 상징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모여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시위 장소가 경찰이 마구 쏜 최루탄에 흰 연기로 뒤덮였다.

또 수천명의 시위대는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북부군사령관 본부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알렉산드리아 시민 한 명이 경찰의 진압으로 숨지고 28명이 부상했다고 국영TV는 전했다. 이에 따라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지난 주말 이후 지금까지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산드리아 시위는 지난 18일 군부에 조속한 민정이양을 촉구하는 평화적인 집회로 시작했다.

그러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군인·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격렬한 시위로 돌변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지난 21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후 3시까지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투석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십 명이 다쳤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공중을 향해 경고 사격을 하거나 최루탄, 고무탄, 새총 등을 발사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슬람 강경 조직 계열이 시위대에 가담하면서 양측의 충돌은 더 격화됐다.

이집트 보건 당국은 당시 충돌로 39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며, 일부 활동가가 체포됐으나 구체적인 인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20일 이틀간 시위 도중 알렉산드리아에선 약 60명이 체포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카이로에서는 이날도 사상자가 속출했다.

타흐리르 광장과 연결된 모하메드마흐무드 거리에서 발생한 이번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최소 3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현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무부 청사와 이어진 이 거리는 양측이 그간 치열한 투석전을 벌이고 경찰이 최루탄을 자주 쏜 곳이다.

오마르 마크람 병원에서 근무하는 샤디 알 나가르 의사는 “조사해 보진 않았지만 (사망자에게) 실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중 한 명은 두개골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카이로에서는 또 10살 된 어린이가 이날 오전 7시께 총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보건 장관은 지난 19일부터 닷새간 양측 충돌로 최소 31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런 와중에 9개월 된 아기가 경찰이 쏜 최루탄 가스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지 일간 알 아흐람이 보도했다. 이 아기와 어머니는 당시 경찰이 시위대의 접근을 막고자 최루탄을 발사한 ‘나일 델타’ 마을의 치안본부 인근에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