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아픈 기억, 그때 그 기업
2011-11-23 18:32
(아주경제 이대준, 신승영, 이혜림 기자) 약 15년 전 국내 기업들은 M&A의 표적이 됐다. IMF로 인해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줄여야 했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 기업뿐 아니라 우량 기업들도 기업 사냥꾼들의 먹잇감이 됐다. 물론 근본적으로 유동성이 부실하고 체질이 약했던 기업들이 우선 순위가 됐다. 당시 피인수된 기업들은 아픈 기억일 것이다. 그때 그 기업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국 정부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IMF 체제 속에서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M&A 등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해외자본들은 헐값으로 기업과 은행 등을 사들였다. 정부와 대기업들 손에 넘어간 회사들도 적지 않다.
이때 정부가 소유하게 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그룹의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대우중공업은 2000년에 대우종합기계(기계)와 대우조선공업(조선)으로 분리됐다.
대우종합기계는 두산이 2005년에 인수해 현재의 두산인프라코어가 됐다. 대우조선공업은 2000년 12월에 출자전환을 통해 사실상 정부 소유의 기업이 됐다.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실 채권을 떠안는 조건으로 대우조선공업의 지분을 각각 40.8%, 26.1%를 확보했다.
대우조선공업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2년에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금도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31.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19.1%를 보유한 2대주주다.
대우자동차는 해외 자본에 매각된 경우다. 대우차 역시 IMF 외환위기 때 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합작 관계였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20억 달러에 팔렸다.
그러나 당시 GM이 대우차를 인수하기 위해 실제 들여온 돈은 4억 달러에 불과해 헐값매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GM과 채권단은 각각 4억 달러(67%)와 2억 달러(33%)를 출자해 자본금 6억 달러 규모의 신규 법인인 ‘GM대우(현 한국GM)’를 설립했다. GM대우가 대우차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M&A가 이뤄졌다.
대기업에 팔린 사례로는 기아자동차가 있다. 기아차는 1997년 높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당시 기아차는 강성노조 때문에 매년 파업에 시달렸고, 경쟁사들보다 낮은 생산성으로 제품 및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결국 기아차는 이듬해인 1998년 현대차에 넘어갔다. 현대차는 4조8000여억원의 부채 탕감과 2조5200여억원의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기아차 지분 51%를 1조1781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기아차는 2000년에 법정관리를 벗어났다.
이외에도 IMF 여파로 기업들의 주인이 많이 바뀌었다. 미도파백화점과 동양카드는 2002년 롯데에 넘어갔다. 한보철강은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 컨소시엄에 팔렸다. 한보철강은 1996년 11월 외부차입금이 약 5조원에 이르며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됐다. 적자경영이 이어지자 채권단은 기존 대출금을 회수해 한보철강은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후 몇 차례 입찰 실패 끝에 INI스틸(현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에 2004년 7월 매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