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銀 충격, 전세계서 가시화... 신흥시장 여신 대거 축소
2011-11-23 18:03
유로 채무 위기 장기화로 그 충격이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날 "유로 위기의 충격이 아시아 은행권으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했다"면서 "유럽은행이 자금 확보를 위해 여신을 대거 축소하면서 특히 아시아 군소은행의 차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유럽 은행이 최근까지 특히 신흥시장에 자금을 대거 공급해 왔다"면서 "항공산업에서 미디어 및 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가 그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과 같은 심각한 여신 경색이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두 신문은 지적했다.
FT는‘아시아 차입자들이 유럽을 경계하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에서 유로권의 위기 심화로 역내 은행들의 여신 축소로 특히 아시아 군소은행들의 차입 부담이란 연쇄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지크리 코스켈로 특별 자문역은 "유로권 은행의 위축이 신흥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특히 인도, 중국 및 브라질은 어떨지가 핵심 관심사”라고 말했다.
FT는 대만 은행을 예로 들면서 "유로발 충격 때문에 유로권 은행들이 아시아 기업에 대한 신디케이트론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시장불안조항”(market disruption clauses)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WSJ은 실제로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와 독일의 코메르츠방크, 그리고 일부 프랑스 대형은행들이 이미 아시아 신디케이트론에서 빠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홍콩 소재 오스트레일리아 앤드 뉴질랜드 뱅킹 그룹의 신디케이션론 책임자 존 코린은 WSJ에“프랑스 은행이 (신디케이트론)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10%를 차지해온 점을 상기시켰다.
유럽 은행의 신디케이트론 위축은 미국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 신디케이트론에서 유럽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분기 20%로 한해 전보다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전문분석기관 딜로직이 분석했다고 WSJ은 전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CEO 회동에서 유럽 은행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비즈니스 해온 점을 지적하면서 따라서 유로 위기 심화가“특히 신흥시장에 더 크고, 균형잡히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웨스트팩 은행의 게일 켈리 최고경영자(CEO)도 이 자리에서“호주를 비롯한 (아시아) 은행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면서 “이것은 분명히 세계 경제의 성장에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은 유로권 은행 여신의 축소에 동유럽도 또한 취약하다면서 한 예로 체코가 국내총생산(GDP)의 105%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채무를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