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생보협회장 또 모피아가?

2011-11-23 19:09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우철 생명보험협회 회장 후임에 모피아(재무관료 출신 인사) 3인방이 거론되면서 회장 선임 관행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차기 생보협회장 물망에는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규복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양천식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올라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 전 이사장과 양 전 부위원장이 각축전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차기 회장 후보 3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요직을 거친 모피아다.

김 전 이사장은 재무부 장관비서관, 재경원 국장, 재경부 FIU구축 기획단장과 경제협력국 국장으로 재직했으며 양 전 부위원장은 재무부 외환국과 국제금융국 사무관,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으로 일했다.

권 부위원장은 재경부 차관, 국제업무정책관, 국제금융국장과 재경원 증권제도담당관을 지냈다.

모피아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가 생보협회 수장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79년 생보협회장이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바뀐 이후 23대 오임근 회장부터 31대 이우철 회장까지 회장 자리를 거쳐 간 9명의 수장 중 정·관계 출신은 모두 6명이다.

23대 오임근(재경부 차관), 24대 길재호(민주공화당 사무총장, 법무부 장관), 25대 장승태(7~10대 국회의원, 체신부 이사관), 27대 정소영(재무부 차관, 농수산부 장관), 30대 남궁훈(재경부 세제실장), 31대 이우철(재무부 장관비서관, 금융감독원 부원장) 회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협회가 제 구실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가 출신 인사들의 외부 영향력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업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생보협회장직이 모피아의 전유물로 전락한 데에는 대형업체 위주의 회장 추대 방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생보협회는 현 회장의 임기 만료일 도래 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단독 후보를 추대한다.

현재 후추위는 이우철 회장 후임을 뽑기 위해 두 차례의 회의를 거친 상태다.

후추위는 복수의 업계 상위 이사사(社) 대표이사단과 교수 등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다.

생보협회 이사사에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ING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총 9개사가 포함돼 있으며 매해 연말 총회에서 이사사를 재선출하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협회장의 최우선 조건은 업계를 잘 대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지 정·관계 출신이냐, 아니냐가 아니다”라며 “설사 모피아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덕망이 높고 업무추진력이 뛰어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우철 회장은 오는 12월 8일 자리에서 물러나며 생보협회는 이르면 내주 차기 회장 인선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