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 불안정, 글로벌 경제 심각한 위협...유로존 재정통합이냐 극우당 출현이나 선택의 기로
2011-11-23 08:20
미국의 재정 적자 감축 실패와 유로권의 채무위기 해결 지연에서 드러난 선진권의 정치적 불안정이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유럽은 공동통화 사용이라는 느슨한 연합체에서 재정통합을 가미한 실질적인 연방체로 나가든지 아니면 유로존이 혼돈 속에 무너지고 유럽 전반적으로 극우당이 세력을 잡으면서 사회민주주의모델이 붕괴하는 단계로 넘어가든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이다.
22일(이하 현지시간) CNN 인터넷판은 최근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은 그 기원은 다르지만 전개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구질서를 압도하고 낡은 정권이 새 정권에 대체됐다는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중해 연안에서는 지난 1년간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아일랜드, 포루투갈 등 이른바 '피그스(PIIGS : 돼지들)' 국가들과 중동권의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 8개국의 정권이 뒤바뀌는 격변이 일어났다.
CNN은 "남유럽와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서로 매우 다른 사회들이지만 청년실업률 급증 등 경제적 문제점들은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들 경제권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막대한 경기부양 지출과 이를 이끌어 낼 새로운 정치적 리더쉽이 필요하나 이를 지원할 '구세주'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로운 지도자들 가운데 다수는 통치 경험이 거의 없거나 전무하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총리나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숙련된 테크노크라트이지만 때론 맨주먹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위기 상황을 성공적으로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달 신임 스페인 총리가 될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당수도 다수의 장관 경험이 있지만 자신을 포함해 정치인 전체에 대한 분노로 뒤끓는 정치판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CNN은 올해 빚어진 경제적, 정치적 격변 사태가 제대로 정리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CNN은 그 과정에서 유럽이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어쩡정한 상태로 표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EU)이 공동통화 사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정통합을 이루고 경제적 규율을 통일적으로 구축하며 실질적인 연방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각국 정부의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거쳐 EU 내부 핵심경제가 회복되면서 지중해 건너편 아랍권까지 시장과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부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화시위로 정권이 바뀐 중동지역 국가들도 혼란을 극복하고 터키식 모델에 따라 이슬람교와 민주주의를 병행할 수 있는 체제로 변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랍권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한 새 권위주의체제가 출현하고, 유럽에서는 그간 경제와 정치의 민주화를 이뤄낸 사회민주주의모델이 붕괴하고 유로존이 혼돈 속에 빠지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극우당이 다시 득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그동안 유럽에서 경제적 엔진 역할을 해온 독일이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면서 지역 맹주로 다시 등장하고 이른바‘올리브 벨트’(남유럽)는 유럽의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와 관련, 크레디트스위스는 21일 "머지않아 유로존이 심각한 시스템 변화를 될 것”이라고 전망해 관심을 끌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머지않아 유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정부가 개혁 실행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압박으로 이들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9%(10년물 기준)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그런 상황에서는 프랑스의 국채 수익률이 5%를 넘어서고 독일 국채(분트)의 수익률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면서“그럴 경우 현행 유로존을 유지하는 전제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의 예상을 뛰어넘어 재정동맹 구축에 극적으로 조기 합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