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이전에 코치 이동부터' 프로야구, 코칭스탭 대이동 시작됐다

2011-11-03 11:57
'선수 이전에 코치 이동부터' 프로야구, 코칭스탭 대이동 시작됐다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본래 선수와 달리 코치는 팀을 옮기는 일이 잦고 쉽다. 하지만 2011 시즌을 마친 근래의 코칭스태프 이동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규모다. 김경문 감독과 같은 시기에 팀을 갈아탄 코치를 포함할 경우 20명을 넘길 정도다.

내년도 프로야구 무대에는 새로운 사령탑이 많이 등장한다. 팬들의 거센 반발에도 최근 드디어 '대행' 꼬리표를 뗀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을 시작으로, 내부승진 케이스인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과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 외부영입 케이스인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과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 등이다. 선수와 달리 코치는 감독에  따라 구단을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대규모 코치 이동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사도 이어져 이번 겨울의 인사는 엄청나게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단 코칭스태프 이동 현황 (2011 시즌 재직 코치 기준, 2011. 11. 2 현재)

◆'올해 봄과 달린 내년 봄에는 확 바뀐다' SK, 절반 이상 새 얼굴

신생팀인 NC 다이노스를 뺀 기존구단 중에서 새로운 얼굴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구단은 단연 SK다. 김성근 감독이 경질되며 일본인 코치가 한 명도 안 남고 팀을 떠났고 '김성근 사단' 코치도 제각각 팀을 떠나 유출된 인원이 최다다.

지난 8월 18일 김성근 감독 경질 직후 SK는 이홍범(1군 수석코치), 박상열(2군 투수코치), 타시로 토미오(1군 타격코치), 고바야시 시게루(2군 타격코치), 후쿠하라 미네오(2군 수비코치) 코치가 구단을 떠난 바 있다.

시즌을 마친 현재 SK는 일본인 코치인 가토 하지메(투수코치), 세리자와 유지(배터리코치) 코치와 이른바 '김성근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고정식(배터리코치·두산 계약), 계형철(재활코치), 이광길(주루-작전 코치), 최일언(투수코치·NC 계약)가 추가로 팀을 떠났다.

이외에도 SK는 김태균(수비코치), 한문연(배터리코치·NC 계약) 등도 사표를 냈다. 연초에 팀에 존재하던 코치 중에서 13명이나 팀을 떠난 상황이다.

이에 SK는 새로운 코치 영입에 적극적이다. 이 신임 감독과 삼성 라이온즈에서 함께 선수로 뛰던 성준 삼성 스카우터를 투수코치로, 한때 두산 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김태형 코치를 배터리코치로 영입한 데 이어서 넥센의 이광근 수석코치를 팀의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메이저 야구'를 추구하는 이 감독 의중에 맞게 조 알바레즈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걸프코스트리그 레이스 감독의 코치 합류설도 끊이지 않는다.

조 알바레즈 감독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 소속 투수코치 톰 프랫, 타격코치 데지 윌슨과 함께 SK의 마무리 훈련 현지 인스트럭터로 고용됐다. SK는 아직 확정사항이 없다고 말하나 알바레즈 감독의 코치 합류를 점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NC발 이동'에 두산이 크게 흔들려

신생구단인 NC 다이노스로 인한 이동도 당연히 크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팀인 만큼 NC는 기존 구단에서 많은 코치를 빼냈다. 당연히(?) 'NC발 이동'에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은 두산이다.

지난 2003년부터 두산 베어스의 감독이던 김경문 전 감독이 NC 감독에 취임하며 강인권(배터리코치), 김광림(타격코치), 박승호(수석코치) 등의 두산 코치가 NC 옷을 입게 된 것이다.

또한 최훈재(타격코치)도 시즌 종료 후 NC로 팀을 옮겼다. NC에 두산 출신 코칭스탭이 감독을 포함해 5명이나 너머간 것이다.

NC에는 이 외에도 두산 전신인 OB 베어스의 선수 출신으로 SK 투수코치로 있던 최일언, NC 연고지인 창원 출신 한문연(배터리코치·전 SK), LG 수비코치로 있던 이동욱도 영입됐다.

롯데 자이언츠, 현대 유니콘즈, 넥센 히어로즈 등의 구단에서 뛰던 스타급 선수 출신으로 SK의 주루코치로 몸담다 자비로 미국연수를 다녀온 창원 출신의 전준호 또한 NC호에 몸을 실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첫 훈련에 앞서 선수단에게 당부 말을 건네는 모습. 뒷 편에는 NC 코칭스태프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한화를 제외한' 모든 팀이 코치 이동에 휩싸여

SK, 두산, NC 세 팀을 뺀 다른 구단도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코치진 이동은 흔하다.

김기태 감독을 선임한 LG는 쌍방울 출신 2년 후배 최태원 KIA 작전-주루 코치와 조계현 두산 투수코치, 김무관 롯데 타격코치를 영입했다. 조 코치는 LG로 팀을 옮기면서 수석코치로 임명됐다.

김진욱 감독이 새로 사령탑에 오른 두산은 권명철(전 LG) 코치와 김경원(전 경찰청) 코치를 투수코치로, 이명수(전 넥센) 코치를 타격코치에 올렸다. 두산은 이토 쓰토무 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감독(현 NHK 야구 해설위원)의 수석코치 영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KIA의 '배터리코치 맞트레이드'도 눈에 띈다.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출신인 정희열 삼성 코치는 16년만에 타이거즈로 돌아가는 선동렬 감독을 따라 KIA로 갔고, 이에 삼성은 '조범현 감독 계열'로 불리는 장재중 코치를 영입했다. 물론 서로 의도한 것은 아니나 같은 보직이라 맞트레이드의 모양새가 됐다.

이외에도 김무관 타격코치가 LG로 자리를 옮긴 롯데도 타격코치를 놓고 여러 후보를 조율 중이고 이광근 수석코치와 이명수 타격코치가 각각 SK와 두산으로 자리를 옮긴 넥센도 코치 영입을 진행 중이다. KIA는 일본인 투수, 타격 코치 영입을 추진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야구계 한 인사는 "올해는 감독이 크게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코치진도 대거 이동해 팀별로 새로운 색깔을 씌우는 작업이 한창일 것"이라며 "감독이 그대로인 한화와 롯데, 넥센 등을 빼면 현재의 모습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세 팀도 각 팀의 대규모 이동에 따라 연쇄 이동에 휩싸일 수도 있다"면서 현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