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한학자 추연섭 옹의 신세대 명심보감 강의

2011-11-04 08:46

명심보감의 저자 추적 선생의 24대 종손인 추연섭 한학자가 주말마다 인흥서원을 찾는 일반인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子曰僞善者는 天報之以福하고 爲不善者는 天報之以禍니라”
공자가 말씀하기를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시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화를 주시느니라.
“子曰見善如不及하고 見不善如深湯하라”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착한 것을 보거든 아직도 부족한 것 같이 하고 착하지 못한 것을 보거든 끓는 물을 더듬는 것과 같이 하라.

주말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에 자리 잡은 인흥서원을 들어서면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방문객을 반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제1편 착한 일을 이어가라(繼善編)의 첫 구절이다.

명심보감의 저자인 고려 말 문신 추적(秋適, 1246~1317)의 24대 종손 한학자 추연섭(90) 옹은 매주 토, 일요일마다 인흥 서원을 찾는 일반인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현대식으로 풀이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강의를 시작한지 벌써 23년이 되었다는 구순 추연섭 옹의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하고 힘차다. 건강비결을 묻자 “인생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와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많이 걷고 적게 먹는다. 요즘은 공부를 위해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읽고 있다”고 한다.

“37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1988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인흥서원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추연섭 옹은 "가끔 백발이 성성한 옛 제자들이 찾는다"며 자랑이다. “강의내용은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달리 하지만 기본은 명심보감을 바탕으로 유교의 오상(五常)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신(神)과 앨빈 토프러, 헤겔, 쇼펜하우어의 현대적 철학을 곁들여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2004년에는 대구 대건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리학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평상시에는 한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당을 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추연섭 옹은 "힘이 남아있는 한 인흥서원 강의를 계속할 것"이라며“남은 인생은 지역사회 향약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에게 “옛것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말을 맺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이 금언(金言), 명구(名句)를 모아 엮은 책으로, 가정과 서당에서 어린이들의 기본교재로 사용됐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학의 입문서로 우리 민족의 정신적 가치관 형성에 큰 역할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