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박원순 승리…요동치는 野 권력지형

2011-10-26 23:19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야권 권력지형이 격변할 전망이다. 시민사회진영이 범야권 대통합 논의의 주체가 부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승리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된 ‘안풍’(안철수 바람) 거세진 결과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기존 정치질서는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박 후보는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세력으로 남아 내년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독자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치권에 데뷔한 시민사회진영은 야권성향의 제정파와 민주.개혁진영 통합을 이뤄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진영은 민주당 등 야당과 통합 논의 과정에서 총선 지분나누기 등 난제를 풀어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주도권은 시민사회진영이 갖지만 민주당 등 기존 정치권의 대응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통합 논의는 진통을 거듭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야권의 대통합은 말처럼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제정파간 이해관계가 결부돼 정교한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도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지만 민주당 등은 여전히 시민사회세력을 폭넓게 포용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정치권이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선거 승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시민사회진영에 내주면서 향후 야권을 대표하는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당내에선 ‘불임정당’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수도권과 호남의 분열양상도 나올 수 있다.
 
 특히 박 후보가 무소속 잔류를 고집할 경우, 야권의 중심축이 시민세력으로 이동하면서 당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당내에선 여전히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과 빅텐트론 등 통합의 방법론이 갈리고 있다”며 “호남과 수도권간 통합 시각에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의 위상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확실한 ‘박근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이며 박 후보 승리에 기여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운신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