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그로스 "美 국채 역베팅은 실수"
2011-08-30 11:19
"미 경제 전망 실수…미 국채 더 보유했어야"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로스는 최근 FT와의 회견에서 "미 경제가 실질 성장률 2% 수준에서 머뭇거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실수였다"며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에 좀 더 많은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로스는 지난 3월 대표펀드인 토털리턴펀드에서 미 국채를 모두 털어냈다. 이에 더해 그는 공매도를 통해 미 국채 보유 비중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미 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국채 가격의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로스는 미 경제가 또다시 침체하지 않는 한 미 국채를 매입할 생각은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3.4%를 웃돌았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 2.25%까지 떨어졌다.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경제 성장세 둔화와 지난 6월 연준의 2차 양적완화(QE2) 중단에도 국채 가격이 랠리를 펼쳤다는 얘기다.
'청개구리 투자'를 했던 그로스의 수익률은 형편 없었다. 금융정보업체 리퍼에 따르면 벤치마크인 바클레이스채권지수는 올 들어 4.55% 올랐지만, 같은 기간 토털리턴펀드의 수익률은 3.29%에 그쳤다. 이로써 토털리턴펀드의 수익률은 584개의 동종펀드 가운데 501위에 그쳐 그로스의 '채권왕' 타이틀을 무색하게 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가격 지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업종 지수(기준=100/출처: FT)) |
그로스는 미 경제에 대한 전망을 바꾼 것은 이달 초 연준이 향후 2년간 제로(0)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리를 2년간 동결한다는 것은 미 국채 가격 하락과 수익률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중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