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졸채용 확대 또다른 역차별 막아야

2011-08-24 15:02

(아주경제 서진욱 기자) 은행권 고졸채용 바람이 증권가에도 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161개 금융투자회사가 앞으로 3년간 고졸 신입사원을 1000명 이상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년 고졸 신입사원 수에 비해 3배 많은 인원이다. 금투협은 조만간 회원사와 협의를 거쳐 세부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고졸채용 확대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고졸출신 채용확대를 학력 인플레를 해소할 열쇠라면서 적극 권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다른 업권보다 학력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았던 만큼 의미있는 변화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전문성을 이유로 고학력자를 우선 채용해 왔다.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입사경쟁 자체를 제한했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졸채용 확대는 또다른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고졸채용 확대를 발표하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을 우대하기로 했다. 인문계고 학생은 고졸채용 덕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은행이나 증권사 입사를 원하는 대학생에게도 고졸채용 확대는 악재다. 금융투자업계 채용문은 애초부터 좁은 편이었다. 고졸채용을 늘리면 대졸 출신끼리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학력차별을 없애려면 처음부터 학력 자체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 특정 출신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 금융사가 현재 실시하는 입사시험이나 면접을 통해 충분히 금융인으로서 자질을 확인할 수 있다. 굳이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기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업권을 막론하고 채용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고졸채용 확대에서 사실상 배제된 고교생이나 대학생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