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中 베이징 골프장 60여곳은 ‘물먹는 하마’

2011-08-09 13:37
골프장 60여곳 1년간 100만명 인구의 식수 낭비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베이징 인근 지역이 수년째 적은 강수량으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60여곳에 달하는 베이징 골프장들의 물 낭비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국영방송국인 CC-TV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인근 골프장 60여곳에서 연간 낭비하는 수자원 규모가 4000만㎥에 달하며 특히 90% 이상은 지하수를 끌어다 쓰고 있어 베이징 물 부족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시 창핑(昌平)구 원위허(溫榆河) 부근에 소재한 한 골프장. 이곳 넓은 잔디 골프장 곳곳에 설치된 스프링쿨러에서는 쉴새없이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골프장 관리 직원은 “약 100만㎡에 달하는 골프장 잔디에 이렇게 매일 물을 뿌려준다”며 “하루 평균 수천t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은 “강물이나 수돗물은 오염 우려가 있어서 천연 지하수를 끌어다 쓰면서 최적의 잔디 상태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임업대 교수이자 중국 골프협회 골프장 관리위원회 쑤더룽(蘇德榮) 비서장은 “겨울철 3개월을 제외하고는 잔디에 물을 뿌린다”며 “베이징의 18홀 골프장 기준 하루 평균 2000~2500㎥, 1년 평균 40만㎥의 물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시내에 27홀, 36홀, 심지어 54홀까지 갖춘 골프장을 모두 더한다면 골프장의 물 낭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베이징 전체 골프장에서 4000만㎥가까운 물을 낭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3인 가족이 매월 평균 8㎥의 물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1년이면 100㎥의 물을 사용하니 베이징 골프장에서는 연간 100만명 인구가 사용하는 용수를 골프장 관리용으로 쏟아버린 셈이다.

특히 지하수는 수백년에 걸쳐 형성되는 소중한 자원으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비축해야 하는데 골프장 잔디 관리용으로 이처럼 낭비할 경우 훗날 심각한 피해를 각오해야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물부족 국가 중 하나다. 그 중 수도 베이징의 일인당 물 자원은 중국 일인당 평균의 1/8, 세계 평균으로 보면 1/32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이래 베이징은 신중국 설립 이래 가장 길고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08넌 강수량이 예년보다 20% 높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간 강수량은 예년보다 평균 130mm나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