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국민연금 통한 기업 압박 본격화… '주주권행사委' 설치

2011-07-24 18:35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본격화화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를 위한 '주주권행사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

한나라당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24일 "정치적 독립을 전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에 동의한다"며 "주주권행사위원회는 독립적인 기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기금이) 기금운영위원회의 지배를 받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은 곤란하다. 의결권 행사도 수익률을 높여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주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청은 현재 기금운용위 산하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주주권행사위'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블로킹' 기능만 수행하던 의결위를 주주로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손보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주요 기업 주총시즌인 내년 3월부터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발언권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 20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그동안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게 문제"라며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제대로 된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도 높게 압박한 바 있다.

당정은 관치금융 우려가 제기될 것을 대비,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기구를 설치하는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정부의 기업 경영 관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연금의 주요 직위를 정부가 임명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최고위원은 “흔히 재벌 견제 차원에서 주주권 행사를 얘기하는데 국민연금은 수익 확보에 초점을 둬야지 재벌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