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컬브랜드, 韓日기업에 역습
2011-07-12 17:59
車·전자·건설기계장비 등 점유율 급상승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 기자) 속절없이 한·일 기업에 밀리던 중국 토종기업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들은 최근 놀랄 만한 내수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한·일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기술을 전수해준 한·일 기업들이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제품·건설기계장비 등 산업 전분야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의 역습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12일 중국공정기계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싼이(Sany)를 포함한 현지 브랜드들의 6월 중국 굴착기 시장 점유율은 65.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고마츠·히타치 등 한·일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49.8%에서 35.0%로 떨어졌다.
싼이의 시장점유율은 8.4%에서 10.6%로 상승하며 코마츠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2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54.9% 급감했고, 현대중공업은 857대를 기록해 34.3% 줄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7%와 11.3%에서 각각 8.4%와 8.7%로 낮아졌다.
한화증권 정동익 애널리스트는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신모델 출시에 따른 라인업 강화와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AS)망의 확충, 공격적인 마케팅 등의 효과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중국 독자 브랜드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매달 내놓는 자동차산업 동향 최근 5년치를 분석한 결과, 중국 독자 브랜드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2006년 14.4%에서 2010년에는 39.7%로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판매량 역시 75만대에서 546만대로 7배 이상 늘어났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중국 자동차 시장은 수백여 영세한 제조사가 난립해 시장 파악조차 하기 어려웠다. 전체 시장규모도 200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GM·폴크스바겐·도요타 등 해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업체도 본격적으로 힘을 키워갔다.
베이징현대·상하이GM 등 50대 50의 해외 합자회사를 통해 사업 노하우 및 기술력이 토종업체로 이전된 점이 이같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 포드·마쓰다·스즈키 등과 합작해온 창안자동차는 지난해 71만대를 생산할 만큼 회사 규모를 키운 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 파트너와 손잡고 독자 엔진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흡사 1960~1970년대 포드·미쓰비시 등과 협력하며 성장한 현대차를 연상케 한다.
GM·폴크스바겐 등과 합작하고 있는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에서 분리한 체리자동차 역시 지난해 67만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체리자동차는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현지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한국과 일본 전자기업들에 비해 한수 아래로 평가했던 중국 로컬 브랜드들도 강세다. 중국 로컬 소비자가전 기업들의 제조역량이 쌓이면서 음향기기·전자레인지 등 저가 제품에서 세탁기·냉장고 등 고가 백색가전 시장으로 점차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스카이워스(Skyworth)·하이센스(Hisense) 등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지난해 LCD TV 시장을 휩쓸 만큼 중국 토종기업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는 LCD-TV 제조원가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LCD 패널을 한국·일본·대만 등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