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시대 핵심100인]<26>마원 – 중국 고위층 감찰권 틀어쥔 ‘마언니’

2011-06-27 09:41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지난 2월 중국 철도부 부장인 류즈쥔(劉志軍)의 낙마사건이 전 중국을 강타했다. 류즈쥔은 장쩌민 전 주석이 발탁한 인물로 오랜기간 철도부에서 근무해 철도부 내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중국언론들은 류 부장의 비리규모가 약 100억위안(한화 약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중앙기율위원회 관계자의 입을 빌어 보도했다. 또한 류 부장이 지속적으로 친인척을 철도부에 채용했으며, 세 번의 결혼을 했고 열여덟명의 정부를 거느리고 있었다고도 폭로했다. 이로 인해 류즈쥔은 한순간에 중국인민의 공적으로 낙인찍혔으며, 류즈쥔의 배후에 있던 인물들에게도 의심의 눈초리가 갔다. 때문에 이를 두고 류즈쥔사건을 공청단파의 상하이방에 대한 견제로 해석하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적인 해석을 떠나 류즈쥔과 가깝게 지냈던 수많은 인물들로서는 상당한 심리적 위축이 있었을 것이다.

철도부의 거두인 류즈쥔을 결정적으로 낙마시킨 곳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국무원 관료들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는 곳은 국무원 산하 감찰부다. 현재 감찰부장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와 국가부패예방국 국장을 겸직하고 있다. 때문에 류즈쥔 낙마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지목되는 사람이 바로 감찰부장인 마원(馬문<馬+文>)이다.

마원은 류즈쥔 사건이 일단락된 후인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찰부와 국가부패예방국은 각 부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해 이미 류즈쥔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법원에 넘겼고,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의 부패철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부패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든 단호하게 철저히 조사할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류즈쥔 낙마, 일등공신

중국 국무원 감찰부는 ‘행정 감찰법’에 의거하여 국무원 내 관료들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1949년 인민감찰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공식 설립됐다가 1954년 감찰부로 명칭을 바꿨으며, 1956년 폐지했다가 1986년에 부활됐다.

중국의 감찰부장은 국가부패예방국의 국장을 겸임한다. 중국은 2007년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국무원 직속기구로 국가부패예방국을 신설출범시켰다. 국가부패예방국은 그동안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주도하에 국무원 감찰부, 검찰원이 참여하는 형식을 띠고 있던 고위공직자 부패수사업무를 총괄해오고 있다. 마원은 중기위의 부서기로 중기위 상무위원회의 통제를 받고는 있지만 고위공직자 수사업무에 있어서는 상당한 영향력과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원은 겉으로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여성이지만 서슬퍼런 정권의 핵심요직을 틀어쥐고 있는 것.

마원은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와 가까운 사이며, 이들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중앙기율위원회에서 14년째 근무해오고 있는 만큼 중기위에서의 입지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내년도 당대회에서 허용(何勇) 중기위 상무부서기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인선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허용 상무부서기는 중앙서기처 서기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사실상 중기위를 장악하고 있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허용은 내년이면 나이제한에 걸려 퇴임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대체할 인물로 마원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또한 마원이 허용의 직책을 이어받는다면 현재의 정치적 영향력이 고려돼 정치국위원에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30세의 나이에 대학입학

1948년 허베이(河北) 우차오(吳橋)에서 태어난 마원은 20세에 네이멍구 우라터(烏拉特) 지역의 생산대대로 하방된다. 그 곳에서 노동자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었으며 이후 그는 생산대 부주임까지 올라서게 된다.

그는 30세의 나이에 텐진(천진)에 있는 난카이(南開)대학 역사학과에 입학한다. 동급생들과 나이차이가 많았던 마원이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학교에서 상당히 잘 적응해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카이의 역사학과 78학번의 한 교우는 “당시 우리 반 안의 학생들끼리의 나이차는 비교적 컸다.마원의 나이가 30세였지만 당시 가장 나이어린 학생은 17세였다. 우리는 모두 그녀를 ‘마언니’라고 불렀다. 마원은 업무능력과 학습능력이 뛰어났으면서도 말을 아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한다.

1982년 난카이대학을 졸업한 마원은 난카이대학 분교교사를 하다가 1987년부터 난카이대학에서학생부 주임으로 근무한다. 그러던 2년후 텐안먼(天安門)사태가 발생한다. 베이징과 멀지 않은 톈진에 위치한 난카이대학 역시 대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부 주임인 그는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공산당 중앙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입장을 택했다. 그는 당시의 민주화열풍을 잠재우는데 공을 세웠으며 이를 인정받아 중앙으로 진출하게 된다.

1989년 8월 그는 국무원 산하 국가계획생육위원회의 선전교육사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국가 계획생육위원회 부서기 겸 생육위원회 내부에 있는 기율위원회 서기로 승진했다. 이때부터 그의 기율검사인생이 시작된 것.

◆원총리와 깊은 인연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었으며 중앙서기처 후보서기, 중앙 직속기구사무위원회의 서기를 겸임하고 있었다. 생육위원회 부서기였던 마원은 직속기구사무위원회 서기인 원자바오를 상관으로 깍듯하게 모셨다고 한다.

상냥하고 친절하면서도 일처리가 깔끔한 마원을 원자바오는 상당히 아꼈으며 자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마원은 원자바오의 부인인 장페이리(張蓓莉)와 몹시 가깝게 지냈으며 친자매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마원은 이후 1995년 중국 국가기관 사무위원회 기율위원회 서기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원자바오가 중앙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던 1997년 마원은 권력의 핵심부서인 중앙기율위의 상무위원으로 이동한다. 원자바오는 2000년 부총리로 승진했고, 2002년에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했으며 2003년에는 국무원 총리에 올라섰다. 이와 함께 마원 역시 기율위원회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기율위에서 승승장구

마원은 2002년 중앙기율위원회 상무위원을 연임하는 데 성공했으며, 2004년에는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로 승진한다. 덩잉차오(鄧穎超), 류리잉(劉麗英)에 이은 제3번째 중기위 여성 부서기가 탄생한 것. 마원은 중기위 부서기를 맡는 기간동안 줄곧 따뜻한 성품으로 기율위 간부들을 따로 챙겨 ‘기율검사 감찰계통의 조직부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당시 기율위원회는 우관정(吳官正)이 서기였으며 부서기로는 허융, 샤짠중(夏贊忠), 리즈룬(李至倫), 장수톈(張樹田), 류시룽(劉錫榮), 장후이신(張惠新), 류펑옌(劉峰巖)이 포진해 있었다. 리즈룬과 장후이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기들은 연령상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원자바오와 가까우면서도 젊은 마원이 부서기에 진입한다면 장기적으로 그가 중기위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상하이방의 반대가 예상됐지만 마원이 여성이라는 점이 고려돼 적극적인 반대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여성인선을 반대하면 자칫 성차별주의자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07년 4월 중앙기율위 부서기였으며 국무원 감찰부 부장이던 리즈룬(李至倫)이 암으로 관직을 떠난다. 리 부장은 그해 8월 사망했다. 감찰부장 자리는 4개월여 공석으로 남겨졌으며 그해 8월 마원이 감찰부장으로 임명된다. 당시 국무원 부장 중 유일한 여성이었으며 첸잉(錢瑛)에 이은 두번째 여성 감찰부 부장이었다. 또한 감찰부가 1987년 조직을 회복한 이후 첫번째 여성 부장이었다. 이어 그해 9월 마원은 새로 설립된 국가부패예방국 초대국장을 맡게 된다.

◆”3공비용 철저 감시하겠다”

마원의 부정부패 감찰분야에서 활약은 두드러진다. 지난해에는 부정부패 감찰로 청장급 고위직 간부 220명이 처벌됐다. 마 부장은 지난 4월 국무원 제3차 청렴정치 업무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으며 “처벌대상에 국무원 산하 부처 부장급과 성장급 주요 간부 10명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마 부장은 작년 감찰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이 24개 조사단을 편성해 토지와 주택, 식품, 환경 관련 비리, 쓰촨 대지진 복구기금 유용 비리 등을 집중적으로 감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마원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금으로 먹고 마시기, 공용차의 사적 사용, 공금으로 외유 떠나기 등을 일컫는 소위 ‘3공(公)비용 문제’를 철저히 감시해 공공예산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감찰부는 올해부터 부처장급 이상 간부들의 재산보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배우자와 자녀의 해외 거주 현황, 취업 등의 정보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