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결정 '말따로 행동따로'
2011-06-16 16:0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말과 행동을 달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후 발표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금리결정에서 엇박자를 보이면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과 3월 그리고 이번달까지 모두 5번에 걸쳐 1.25%포인트 인상했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번달 통화정책방향 문구(통방문)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이 문구는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토씨 하나까지 똑같다. 그러나 4월과 5월의 기준금리는 동결됐고 6월에는 인상됐다.
일반적으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에는 물가 안정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통방문에는 물가 안정 기조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제로 금통위는 지난해 6월과 7월의 통방문에 '우리경제가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이라고 명시했고 7월 기준금리를 2.25%로 깜짝 인상했다.
금통위의 이 같은 '말따로 행동따로' 금리 결정에 시장의 금리 전망은 갈수록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1월과 5월, 6월 3번에 걸쳐 시장의 기대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올 연초 동결이 예상됐던 1월은 전격 인상됐고, 물가 불안으로 인상을 기대했던 5월은 동결이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의 지속에 따라 동결을 예상했던 이번달은 인상돼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도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행간의 의미나 특정 표현을 통해 금리 정책 방향을 암시한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은 지난 4월 '상당기간'의 의미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번 열리는 기간이라고 설명해 향후 3개월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타이밍과 속도, 의사결정과 통방문 등이 너무 어긋난다"며 "한은이 시장에 주는 정보는 너무 부족하고 오히려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그린북'이 오히려 더 정확할 정도"라고 말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후진적인 면모 중 하나가 중앙은행의 시그널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적어도 다음달 정도는 알 수 있도록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문구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