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완 장관 "OTC 수퍼마켓 판매, 좀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한 진통"

2011-06-08 16:26
"대통령은 감독, 재정부 장관은 포수"…부처간 칸막이 낮춰야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일반의약품(OTC) 수퍼마켓 판매 허용 문제는 국민들의 편의와 관련돼 있고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통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라는 공식적인 기구에서 의약품 재분류를 위한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박재완 장관 OTC 수퍼마켓 판매, 좀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한 진통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좀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 잠시 웅크려 기(氣)를 모으는 것처럼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하고 보건복지부와 함께 생산적 결론을 이끌어 내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기약·소화제 같은 OTC의 수퍼마켓 판매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격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염두해 두고 한 발언이다.

이명박 정부 ‘제3기 경제팀’ 수장으로서의 각오도 밝혔다.

박 장관은 “대통령은 감독,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포수는 내야 수비도 지휘하고 투수도 리드하면서 ‘테스트 볼’ 같은 결정적 실책이 없도록 경기에 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간 칸막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처 공무원으로 있을때나, 청와대에 있을때, 그리고 고용노동부에 와서도 모두 자기영역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국회 상임위 역시, 전혀 반대되는 법안을 내놓기도 하는 등 칸막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마치 용광로처럼 치열하게 토론해서 잘 녹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감세정책과 관련,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예정대로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신 비과세 감면을 줄여나가는 것이 취지에 맞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소득세의 경우 투자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율을 좀 낮춰야 내수가 진작될 수 있다고 본다”며 “세금 외에 4대 보험을 비롯해 기타 부담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남자가 군대에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율 자체 보다는 실효세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계 소비 성향(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에 쓰는 돈의 비율, 저소득층일수록 높다)은 고소득층이 낮으니 차라리 저소득층을 깎아주자는 의견이 있지만 사실상 저소득층의 절반 정도는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표시'가 안 난다”며“따라서 여러가지 장단점을 따져봤을때 명목세율보다는 실효세율을 정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맘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기록해 놓는다”며 재정 정책과 연관된 아테네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아테네가 세계 최강의 전함을 건조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금이 많이 났기 때문”이라며 “당시 아테네가 전쟁 재원으로 금을 활용했는데 처음에는 시민들에게 나눠줄까 아니면 국방을 튼튼히 할까 고민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나중에 결국 페르시아가 그 전함을 본떠 보다 강한 배를 만들면서 아테네가 패하게 된다”며 “그런데 이 스토리를 자주 인용했을 때 하필이면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맞았다”고 농담도 건넸다.

박 장관은 거시경제학 이론이나 역사 등 현란한 수사를 인용하는 것을 즐긴다. 실제로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재정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취지로 “레오니다스의 최정예 전사 300명처럼 싸우자”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담배를 손에 놓질 않았다. 하루에 보통 한갑 반에서 두갑 정도 피운다. 회의가 있거나 식사 장소에 들어가기 전에 담배가 몇 가치 남았나 확인할 정도로 유명한 애연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