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버린 택지 주웠더니, “분양 잘 되네~”
2011-05-23 16:00
자금력 풍부 건설사, 사업성 높은 택지에 ‘군침’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른 사업자가 포기했던 사업장을 인수해 재미를 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충분한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택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이 지난달 말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반도 유보라 2차’ 아파트는 3순위 청약에서 최고 4.1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500여가구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현재까지의 계약률도 가계약을 포함해 70% 정도에 이른다.
반도건설의 이 같은 분양 결과는 침체돼 있는 한강신도시에서 이례적인 성공으로 평가 받는다. 같은 시기에 한라건설이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한라 비발디’ 아파트도 전용면적 105~126m2의 중대형 단지였지만 계약률이 40%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이들 사업지의 공통점은 당초 월드건설이 갖고 있던 택지였다는 점이다. 월드건설이 경영 악화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며 포기한 사업장을 인수해 성공시킨 것이다. 한강신도시에서는 또 우남건설이 포기한 Aa-03블록의 ‘수자인’ 브랜드를 가진 한양 관계사인 새창조건설이 사들여 분양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남이 포기하거나 버린 사업장을 인수하는 현상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반도건설이 다른 사업자로부터 사들여 분양한 경상남도 양산신도시 '양산 반도 유보라 2차'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평균 3.3대 1에 달했다. 한라건설이 지난해 11월 충청북도 청주시 용정지구에서 분양해 계약률 80% 정도를 달성한 아파트도 신성건설로부터 인수한 것이다. 호반건설도 광주광역시 수안지구 3-2블록을 호남지역 시행사로부터 매입해 다음달 분양할 예정이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은 행정복합중심도시의 전용면적 85㎡ 초과 택지 2곳을 지난 3월 31일 매입해 오는 10월 경 분양 예정이며,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전 도안지구 택지를 940억원에 사들여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들 택지는 모두 기존 사업자가 포기한 곳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건설사들에게는 요즘처럼 양질의 택지가 시장에 많이 나오는 것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담당 부서나 임원진, 심지어 사장이나 회장까지 사업성 좋은 알짜 택지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