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단일통화 논의 어떻게 되고 있나
2011-05-18 15:30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역내 통화통합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옮겨지면서 기축통화에 맞서기 위한 역내 단일통화 구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통화통합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는 가칭 'AMF(아시아통화기금)' 설립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역내 통화통합 논의에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미국에 이어 'G2'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 역시도 홍콩과 대만·마카오 등 중화권을 '위안화 블록'으로 묶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원화의 국제화에 가장 뎌딘 한국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로 향상된 국격에 맞게 그동안의 신중한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역내 통화통합 논의의 기초가 되고 있는 AMF 설립 구상은 1998년 9월 홍콩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회의에서 일본의 제안이 그 발단이 됐다. 당시 경제 위기가 아시아에서 중남미로 확산되면서 IMF의 한계를 체험한 동남아 국가들은 AMF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일본의 주도권 확보라는 측면을 간파한 중국의 반대와 미국이 주도하는 IMF측의 반대 등 국제사회의 냉담한 반응에 부딪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다 논의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한 것은 아시아 지역이 외환위기로 홍역을 치루던 지난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된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재무장관회의'에서다. 이 곳에서 아세안 5개국(타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과 한·중·일 3국은 각각 780억 달러의 규모의 상호금융지원에 합의하게 된다.
이른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라고 불리는 이 협정은 처음에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국가가 특정국가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하는 양자간 방식에서 2006년 인도 회의를 계기로 다자간 지원체계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즉 금융위기 발생 시 한 번만 요청하면 모든 협정국들이 이틀 내에 즉각 회의를 소집해 1~2주일 내에 지원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집단적 지원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모인 한ㆍ중ㆍ일 3국과 아세안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AMF'의 최초 규모(800억 달러)와 대출조건 등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후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브루나이·미얀마 등 나머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참여해 공동기금 규모는 1200억 달러로 확대됐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다, 특히 핵심 국가인 한·중·일 3국의 이견으로 자금 분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아 실제 AMF 출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AMF 설립이 자칫 미국과 유럽 주도의 IMF(국제통화기금)와 대립적인 상황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팽배한 게 사실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시아 단일통화 논의는 현재로서 각국의 역사·정치적인 상황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한국의 입장은 통화통합을 CMI 체제 안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