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현대·기아차 ‘세계 3위·재계 1위’ 넘본다

2011-05-03 08:50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차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29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양사 합산 매출 28조8910억원, 영업이익 2조66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30%,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제회계기준(IFRS)를 처음 도입, 해외지분이익 등이 추가로 반영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2일 발표된 현대모비스 역시 전년동기대비 23.2% 늘어난 6조1960억원의 매출과, 6.5% 늘어난 6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적인 판매 증가 및 그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 때문이다. 현대차는 내수 부진에도 올 1~3월 전년비 9.2% 증가한 91만9100대를, 기아차 역시 20.1% 증가한 56만5000대를 판매, 도합 148만41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나마도 생산이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의 경우, 미국 재고분이 통상 3~4개월에서 2개월로 줄었고, 5월부터는 다시 1개월 미만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현대·기아차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경쟁사가 부진으로 허덕이며 이르면 올해 세계 ‘빅3’ 완성차 제조사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대건설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운 현대차그룹의 재계 1위 탈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빅3’ 도약= 지난 2009년 신흥국 붐을 타고 ‘빅5’로 급성장한 현대·기아차가 어느덧 ‘빅3’를 노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목표치를 633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574만대에서 약 10% 올려잡은 수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실적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총 148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올해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특히 3월에는 현대·기아차 판매실적(54만9596대)이 지난해 1위인 도요타(54만2465대)를 사상 최초로 앞질렀다. 도요타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피해복구가 장기화되며 올해 650만대 이하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부품 수급 영향으로 지난해 판매(668만대)량을 따라가지 못할 전망이다.

그에 반해 일본 지진 피해가 없는 현대·기아차는 미국·중국·인도 등 현지 공장서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경우 최대 생산가능 대수를 650만대에서 5% 가량 늘어난 690만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회사는 당초 중국 3공장,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는 2012년에 7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었다.

이럴 경우 현대·기아차는 당초 세웠던 2020년 글로벌 ‘빅3’ 목표를 당장 올해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성장보다는 내실에 맞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수요가 있을 경우) 생산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도록 가동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재계 1위도= 이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 재계 1위도 노크할 수 있게 된다.

현대·기아차 외 현대차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도 지난 1분기에 현대제철(매출 3.5조, 영업익 0.3조), 현대하이스코(매출 1.5조, 영업익 0.1조)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번주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위아 등 부품계열사도 현대·기아차 판매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이 예고된 상태다.

물론 자산총액 231조원의 78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에 비해 자산총액 131조원, 63개 계열사의 현대차그룹이 당장 재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기순익도 9조원(삼성 21조6000억원, 현대차 12조6000억원)의 차이가 있다. (2010년 기준)

하지만 삼성그룹의 중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매출 37조원으로 비교적 안정세에 있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2년 연속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 29조원의 매출로 8조원 차로 따라잡았다. 영업익도 삼성전자는 33% 감소(2조9485억원)하며 7분기만에 3조원을 밑돈 반면 현대·기아차는 2조6680억원으로 전년대비 50% 이상 늘었다.

여기에 매출 10조원의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자동차-철강-건설 부문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할 경우 수년 내 ‘양강’ 체제에도 이를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001년 현대그룹과의 계열분리 후 10년째 재계 1위 타이틀을 삼성그룹에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 세계 최대 완성차 제조사로 성장할 여력이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국내 재계 1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