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누구

2011-05-02 13:50
사우디 부호 출신…파키스탄 등서 10년간 도피생활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사살했다고 공식 발표한 오사마 빈 라덴(54)은 9·11 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의 최고 지도자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의 '공공의 적'으로 꼽혀 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부호 출신의 회교 근본주의자로 스스로 '미국의 적'임을 자칭하는 인물이다.

빈 라덴은 지난 1998년 발생한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테러 사건부터 미국의 추적을 받아 왔지만 이후 2001년에도 9·11테러를 일으켜 3000명의 희생자를 낳는 등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연약해 보이는 용모와는 달리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항거했던 이슬람 저항운동의 영웅으로 대접받아 온 빈 라덴은 미국의 모든 것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표방, 그동안 미국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용의 선상에 이름이 올랐다.

지난 1957년 리야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수학하던 16세 때부터 몇몇 회교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학교를 마친 후 상속받은 건설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종교적 신념에 이끌려 몇년 후 사우디를 떠나야 했다.

1979년 빈 라덴이 처음 간 곳은 구소련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수천명'의 아랍 의용군을 무장시키는 데 자신이 갖고 있던 상당한 돈을 썼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에 밝힌 바 있다.

그후 198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사우디로 돌아왔으나 사업가로서 정착하지 못했고 1994년에는 이집트와 알제리의 과격 회교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여권까지 압수당했다.

빈 라덴은 여권을 되돌려받자마자 수단으로 옮겨 건설업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미 정보 당국으로부터 테러단체에 자금 및 훈련캠프 설치를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고 결국에는 미국과 유엔의 압력에 굴복한 수단으로부터 추방당했다.

그는 1996년과 1998년 사이에 미국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다짐하는 3차례의 회교교령을 발표, 회교도들에게 언제든 할 수만 있다면 미국의 군인과 민간인들을 살해하라고 촉구했고 미국인에게 사우디를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9·11 테러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근거지로 활동했으며 같은해 미군의 아프간 전쟁 이후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의 은신처에서 도피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빈 라덴은 미국의 집요한 추적에도 종종 영상 메시지와 성명 등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성가시게 만들었다.

그는 2003년 9월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방송한 육성 테이프에서 "적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며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격찬했고 2004년 12월에도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걸프 지역 일대 산유국을 공격하라고 이슬람 전사들을 독려하고, 사우디 지도자들에게 대중 봉기의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육성 성명을 통해 9.11 테러 주동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 대한 사형이 집행될 경우 미국인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은신처를 만들고 총력을 다한 미국의 추적을 꼬박 10년째 따돌렸다.

미국은 특수부대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을 총동원해 그에 대한 수사망을 좁혔지만 알 카에다의 다른 지도자들과 달리 그의 행적은 계속 안갯속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서 미군의 작전과정에서 그가 사살됐다고 백악관에서 발표함으로써 그의 사망 사실은 공식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