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민동석 외교부 2차관 "비판 겸허히 수용…쇄신통해 새로 태어날 것"

2011-03-28 09:33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지난해 11월 취임한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최근 한 달 사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리비아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격화된 상황에서 일본 대지진과 원전피해 여파로 현지 교민들의 안전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민 차관은 교민안전 비상대책본부장을 맡아 고군분투했다.

잘해봐야 본전이고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모든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하는 역할인 만큼 교민안전 문제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지난 23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난 민 차관은 “정부가 늑장 대응한다는 비난이 쏟아져도 냉정을 잃지 않고 대응하려고 노력했지만 국민들의 다그침이 가장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본 지진 발생 하루만에 현지에 파견된 우리나라 구조대는 후쿠시마 원전 위험 지역에 가장 먼저 달려가서 다른 나라 구조대가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맹활약했다.

하지만 일본 교민철수 문제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서방 국가들이 사실상 자국민에 대한 철수령을 내린 상황에서 정부는 결정을 유보한 채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정부가 교민 안전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리 국민만 챙기는 인상을 보인다면 최악의 재난 참사를 당한 일본에게는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 같아 세밀하게 고려하려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교민안전에 소홀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았어요.”

“외부에서 지적하는 불안감을 잘 알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냉정함을 잃지 않은 상황 판단이 중요했기 때문에 단계적 안전조치를 취했습니다. 교민안전을 최우선하면서 비상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피시킬 만반의 준비도 하고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팎에서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심적인 압박감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미국과 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이 자국민을 철수 시키는 것을 보고 언론과 국민, 심지어 정부 내에서까지 비난이 쇄도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러나 외부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취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끝까지 모든 압박을 견딜 수밖에 없었어요.”

유혈사태에 이어 내전과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리비아 사태는 일본과는 다른 문제였다.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건설현장 등 자산을 지키기 위해 철수를 반대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민안전 대책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교민철수 작업이 큰 문제없이 진행되면서 민 차관도 한시름 놓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전세기를 지원하며 자사 직원들의 철수를 도운 외교부에 최근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경제적 이익을 뒤로하고 리비아에서 자진 철수해준 기업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두산중공업가 정부의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시해 감개무량했습니다.”

지난해 특채 파동에 이어 최근에는 ‘상하이 스캔들’까지 불거지는 등 내우외환에 휩싸인 외교부로서는 값진 선물이었다고 한다.

“외교부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었는데, 리비아와 일본 등 현지에서 발로 뛰는 직원들을 포함해 음지에서 고생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것 같아 감사패를 사양하지 않았어요.”

민 차관은 지난 2005년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현장에서도 총영사로서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리비아 사태와 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숙제를 한꺼번에 떠안은 상황에서도 큰 무리없이 대책반을 이끌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됐다.

그는 최근 외교부에 쏟아지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쇄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고 한다.

“외교부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너무 가혹한 비판을 받는 곳이지만, 잘하는 일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