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포' 확산…방사능 측정기 '불티'

2011-03-22 15:18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전 폭발사고 이후 핵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방사능 측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방사능 수치 검사에 쓰이는 가이거 계수기를 온라인에서 팔고 있는 팀 플래네진은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플레네진은 통상적으로 일주일에 20개 남짓 팔렸던 가이거 계수기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면서 재고가 바닥났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대려면 수일이 걸릴지, 수주가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을 거쳐 미국 서부에 도달했다는 보도에 따라 일본을 오가는 사업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가이거 계수기를 사들이고 있다.

과거 방사능 측정기를 주로 구매하던 주요 고객은 경찰, 소방관, 군인 등을 비롯해 병원, 과학 실험실, 학교 관계자 등이었으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부터 일부는 취미로 구매하려는 사람까지 다양해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방사능 측정기는 손에 쥐고 쓸 수 있는 형태, 손목시계형, 벨트에 걸어 쓰는 호출기형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로 저렴한 것은 150달러에서 비싼 것은 4000달러까지 이른다.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주로 식품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됐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플레네진은 한 일본의 놀이동산에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왔다며 이 구매자는 놀이공원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식품의 방사능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측정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전역의 방사능 수치를 점검하고 있는 미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평균 범위 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업용 방사능 측정기를 판매하고 있는 버클리 뉴클리오닉스의 로버트 코르세티 영업부장은 최근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가 15배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문 전화뿐 아니라 자신이 위험한 수준에 노출돼 있는지를 단순히 묻는 전화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을 오가는 항공기 조종사도 평소보다 방사능에 노출이 많이 됐는지를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코르세티는 “방사능 루머를 없애기 위해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며 “관련 이메일을 하루 20번씩 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파견된 NBC방송 직원들은 호출기 형태의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 중이라고 소개하고, 사용자가 극심한 방사능에 노출되거나 오랜 시간 방사능 물질 주변에서 머물 경우 측정기에서 알람이 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NBC방송 직원들은 방사능 측정기뿐 아니라 보호 마스크와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으며, 요오드화칼슘약도 복용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