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존도 낮춰라"… 해외건설 새로운 시장 찾기에 '분주'
2011-03-06 11:00
중앙아시아·중남미 등에 잇따라 지사 설립<br/>플랜트 이외에 철도·원전 등 신사업 강화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가파르게 성장하던 우리나라 해외건설사업의 고질병인 '중동 의존도 심화' 문제가 최근 리비아 등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로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다.
중동지역이 전체 해외수주에서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은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진행하는 공사에 대한 피해는 물론, 앞으로 발주될 예정이던 물량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도 발 빠르게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중동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 현장에서의 인력 철수 및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며, 동시에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철도·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정부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는 리비아에 가장 많은 인원을 파견하고 있던 대우건설은 지난 3일부터 철수를 시작했다. 현장 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놓고 3척의 선박으로 한국 근로자를 비롯해 제3국 근로자 등 총 2772명을 리비아에서 철수시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리비아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안전을 이유로 근로자 철수를 시작했다"며 "현지에 있는 공사 현장 관리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리비아 및 북아프리카 지역이 다시 정치적으로 안정 됐을 때의 수습 방안 마련에도 이미 착수했다. 해외건설헙회는 지난달 28일 '리비아사태 법률자문간담회'를 열고 진출 업체별 상황에 맞는 법적 대응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또한 리비아 진출 건설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구제책과 관련한 메뉴얼도 만들어 제공할 계획이다.
◆ 수주지역 다변화 추진
건설업계는 지난 몇 년간 중동지역의 해외수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오일 달러를 앞세운 중동 건설시장의 호황이 계속되면서 해외 수주의 중동 편중은 더욱 심해졌다.
최근 중동지역에서의 정치적 불안은 올해 해외수주 비중을 전체의 50% 안팍으로 설정하며, 공격적인 해외 공략을 다짐하던 우리 건설업계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에 건설업계는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수주 다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등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중남미 국가인 에콰도르의 플랜트 시공업체 '산토스 CMI'를 인수하고,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토스 CMI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큰 플랜트 시공업체로 중남미 18개국에서 발전·화공·토목 등 분야 1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오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산토스 CMI의 인수는 중남미 건설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중남미는 세계적인 종합 건설사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거점"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중동지역 플랜트 공사 이외에 태국·호주·캐나다,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의 여러 공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건설도 지난해 카자흐스탄과 알제리,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수주 활동에 들어갔다. STX건설도 가나 정부와 오는 2014년까지 20만 가구 주택 공급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해외수주에서 중동지역 비중이 너무 높아 중동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건설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린다"며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수주지역 다변화가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신사업 발굴에도 총력
지난해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해외수주 연간 100억 달러를 돌파한 현대건설은 올해 해양에서 석유나 가스를 채취하는 '오프쇼어 워크'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할 방침이다.
GS건설은 캐나다 오일샌드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베트남 지하철, 브라질 발전소 건설시장에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GS건설은 또 삼성물산 등과 총 11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UAE 철도건설 프로젝트 수주에도 도전하고 하고 있다. 이미 사전자격심사(PQ)도 통과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유럽의 유력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흥시장인 동유럽의 석유화학 플랜트 및 원전 시장 등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롯데건설도 미국이나 유럽의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대상 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최근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확대 및 시장 다변화를 위해 투자개발형 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금융 제공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