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더블딥 공포’ 엄습

2011-02-20 15:00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지난해보다 올해가 힘들 것 같습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이 지난 18일 기자와 만나 올해 컨테이너 시황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2011년 시황을 비교적으로 낙관했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벌크(건화물선)나 탱커(유조선)에 비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컨테이너 시황마저 우울한 전망이 나오자, 고유가로 인한 유류비 증가와 맞물려 해운업계에는 더블딥(경기 반짝 회복 후 다시 침체) 공포에 빠졌다.

◆“믿었던 컨테이너마저…”

컨테이너 시황은 지난해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 국내 대표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미국 등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각각 흑자전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7월 올해 세계교역량이 7% 가량 성장할 것이란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2009년 하반기 이후 전개된 컨테이너 운임 급등의 주요인이었던 선사간 공조체제가 2011년에도 공고히 유지될 것”이라며 “2011년에도 컨테이너 수급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당분간 컨테이너 시황은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의 주택 및 노동시장의 하락에 따른 소비수요 감소로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변했다. 게다가 초저금리 정책과 정부의 적자지출이 이미 한계에 근접한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시름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연구센터장은 “최근 미 거시경제 지표상에 나타난 바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회복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아시아 역내 국가와 같은 급성장하는 시장에서의 도움이 정기선시장에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지난해 갑작스런 물동량 증가로 품귀현상을 빚었던 컨테이너 박스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컨테이너 시황에 우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바닥이 안 보이는 벌크 시황

지난 16일 기준 벌크운임지수인 BDI는 전년 최고점(4661포인트) 대비 77% 가량 하락한 1271포인트를 기록했다. 한때 1000포인트 벽이 무너질 뻔 했다.

사실 올해 벌크 시황은 선박공급 과잉으로 비관론이 우세했다. 정갑선 STX팬오션 전무는 지난해 11월 열린 ‘2011 세계해운전망’에서 “지난 3년간 매우 많은 선박이 인도되고 현재 선복이 과잉된 상태다. 이것을 누가 감당하겠는가. 지금껏 운이 좋아 중국이 감당해왔는데 이제 중국이 감당했던 시기가 지났다”며 냉정한 상황파악을 주문했다.

여기에 홍수와 태풍으로 인한 호주의 석탄수출이 차질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호주 당국은 이로 인해 약 1500만t의 석탄수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용대선 문제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 사태’도 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은 주범이다.

임종관 KMI 해운산업연구본부장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향후 2~3년은 선사간 생존경쟁의 기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탱커, 운항수익 절반으로 줄어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유조선 운항수익은 과거 10년 평균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KMI에 따르면 올해 1~2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평균수익은 하루 기준 2만3768달러로, 지난 10년 평균수익 5만2614달러 대비 45%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6만6118달러와 비교해 36% 수준으로 급락했다. 일반적으로 성수기 이후 시황은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에 향후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이 같은 시황 급락 배경으로는 △선복공급 과잉 △중동지역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거래 위축 △미국의 석유재고량 증가 등이 꼽힌다.

비록 국적 선사들이 근해 제품수송시장을 지배하며 경쟁력을 높여 왔지만, 최근 중국 선사와의 경쟁이 확대되고 있어 인도·이란 등 신흥시장 진출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