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저축은행 구조조정 본격화… 다음은 누구?

2011-02-17 17:31

(아주경제 이재호 방영덕 기자) 금융당국이 부산·대전저축은행 대해 또 다시 ‘영업정지’ 카드를 빼든 것은 시장 불안을 조기에 잠재우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부실 저축은행을 확실히 정리해 업계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3곳이 남아 있는데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도 5곳이나 돼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발빠른 행보

금융위원회는 17일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한달여 만에 저축은행 3곳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일부 저축은행의 문제가 업계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BIS 비율이 5% 미만인 보해·도민·우리·새누리·예쓰저축은행 등 5곳을 직접 언급한 것도 정상적인 경영이 유지되고 있는 나머지 저축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들의 반기 실적이 전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경영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우량 저축은행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영업정지에 나선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예금인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적절한 수준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예금지급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저축은행들을 위해 저축은행중앙회가 마련한 3조원의 지급준비금 등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예금자의 과도한 불안감은 자칫 정상적인 저축은행 경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처를 주문한 것도 예금인출을 막기 위한 발언이다.

◆ 추가 부실 가능성 없나

이번 조치로 부실 저축은행 정리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우선 부산저축은행 계열인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이 문제다.

부산2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6.0% 수준이지만 부채가 자산을 125억원 초과한 상태이며, 중앙부산저축은행은 BIS비율이 3.6%, 순자산 규모는 176억원이다. 전주저축은행은 BIS비율이 5.6%이고 순자산 규모는 198억원이다.

김 위원장은 “부산 계열의 나머지 3개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한 곳보다 양호하다”면서도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자구노력 여하를 판단해 여러 가지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저축은행의 경영 실태나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IS 비율이 5%에 미달하는 저축은행 5곳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융위는 이들 저축은행이 자본 유치, 증자, 지분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삼화저축은행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부실 가능성이 큰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 업계, “예금인출 등 영향 제한적일 것”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를 겪으면서 학습효과가 나타는 것일까. 저축은행 2곳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우려했던 예금인출 사태도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인출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한달 전부터 예고돼 왔던 구조조정인 만큼 고객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예·적금 만기를 수시로 확인하고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등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저축은행별로 펀드 회수 및 보유증권 매각 방안 계획도 수립하고 있으며, 뭉칫돈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기업예금은 당분간 유치하지 않기로 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놨다”며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이틀간 혼란스러웠지만 셋째날부터 회복된 만큼 이번에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