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임기 4년차, 특별한 감회 없다”
2011-02-01 14:35
신년 방송좌담회 “마지막 날까지 해야 할 일 하고 떠나겠다”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년 방송좌담회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을 통해 국내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
-연휴 때 청와대에 있나.
△내일 하루는 박물관에 가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보려고 한다. 그 다음 이틀은 손자·녀, 가족에게 ‘서비스’하려고 한다.
△내가 일하면 많은 사람이 일해야 된다. 괴롭다.
-대통령이 오랜 기간 휴가를 가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한다.
△10년 후쯤이면 그리 될 거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기초를 닦아 발전해야 할 때다.
△아직 (임기가) 2년 남았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지내왔다. 벌써 3년 지났다. 남들은 ‘벌써 4년차’라며 여러 얘기를 하지만 난 다른 느낌이다. 지금부터 할 일이 많다.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일할 거다).
-지난해부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니 그렇더라. 특별한 감회는 없다. 난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일하면서 살아왔다. 대통령이 될 때도 국민에게 ‘경제 대통령’으로서 서민 살림살이(를 좋아지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해서 당선됐다. 과거의 오랜 정치적 관습과는 다른 시도를 해왔다. 그래서 국민도 선택한 게 아닌가 한다. 레임덕은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온다. 난 권력(욕심)에 빠지거나 권력을 행사해온 사람이 아니다. 그럴 생각도 없다. 단지 공직자들이 (대통령) 임기 말이 돼 해이해질까, (내) 주위 사람들이 혹시 해이해져서 비리 등의 유혹(을 받지 않을까) 이런 것을 특별히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런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일하는 과정에선 해야 할 일을 하고 더 떠나겠다, 기초를 닦고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레임덕 관련 신문기사만 봐도 밀쳐 버린다던데.
△신문에 원래 정확하게 (기사가) 안 나온다. 그래도 주요한 신문(기사)은 본다.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때문에 당·청관계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얘기도 있었다.
△당·청은 그것 때문에 나빠질 관계가 아니다. 언론이 너무 과거의 잣대로 보는 것 같다. 나와도 안 맞는 점이 있다. 정 전 후보자 문제의 경우 사전에 (청와대와) 협의하지 않고 당이 발표해 혼선이 왔다. 당도 인정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책임을 공유한다. 남의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집권 여당은) 야당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야당을 해서 여당을 어떻게 하는지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청관계가 손상된 건 없다.
-당에선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선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다. 집권여당의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그러려면 현 정권이 성공해야 한다. (현 정권이) 실패하면 다 바뀐다. 정부는 국민에게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 정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러 얘기가 나온다. 한 사람 얘기에 너무 좌우돼서 일하면 안 된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회전문’, ‘오기 인사’란 비판이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임명을 강행에도 말이 많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선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가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난 일을 중심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또 (나와) 뜻을 같이해야 한다. 정부는 정치가 아니다. 정부는 하나의 팀워크로 일해야 한다. 팀워크가 맞는 사람이어야 (장관으로) 제청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이 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니 상임위원장이 여당 의원이면 (청문경과 보고서가) 통과되고 야당이면 안 되더라. 청문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방식을 좀 보완해야 할 같다.
-대통령은 정부 수장이지만 국가 지도자로서 정치도 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효율성만 추구해 여야 간 소통·대화, 국민에 대한 설득·납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다. 그런데 세계 모든 국가 원수가 옛날 같은 카리스마로 일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 이젠 지도자들도 다 실무자적인 입장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가면 장관회의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금융, 중소기업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대화한다. 또 그만큼 (해당 사안을) 알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서 우리 정치도 바뀌었다. 독재정권, 민주화 때보다 더 성숙한 관점에서 국정을 살핀다. 효율성만 따지는 것도 아니고, 도덕성 등도 다 따진다. 그러나 비교적 팀워크를 통해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거다.
-개각설이 나오는데.
△감사원장은 채워야 한다. 감사원장으로 일을 잘할 수 있고 청문회도 무사히 통과할 사람을 찾는데 만만치 않다. 내가 부탁하면 본인이 사양한다. ‘청문회에 나가서 가족과 집안이 다 공개되는 게 싫다’고 한다. 개각은 없다. 정치적 동기도 없다. 필요하면 필요할 때 (인사)하는 거다.
-‘장수’ 장관이 바뀔 거란 얘기도 있다.
△거기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면 그 사람들이 일을 못할 거다. 필요할 때 하겠다. 일을 잘하면 (장관도) 오래하는 거다.
-인사 공백기가 긴데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롭나.
△지금 같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면 앞으론 더 시간이 많이 걸릴 거다. 우리 자료에 포함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청문 절차를 밟기가) 힘들다. 본인이 사양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도, 필요에 따라 빨리 할 수도 있다.
-여러 차례 개각을 했는데 과거 어떤 정부보다 낙마 사례가 많다. 인사검증 체계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기준이 일반 국민과 다른 것 아닌가.
△그건 좀 인정한다. 그렇게 볼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 정권 때 한나라당이 요청해 (법안이) 통과됐고 현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땐 청문회가 없었다.
-(청문) 강도가 세졌다는 건가.
△여야가 대치하면 사실이 아니라도 그 사안을 갖고 지나치게 공격한다. 그러면 (청문 당사자) 본인에게 상처가 된다. 그러나 청문회를 몇 번 거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도덕적 기준도 높아졌다. 그런 점에선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문회를 없애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외국처럼도 할 수 있다. 미국은 개인의 신상은 의회가 조사해서 (가부를) 결정하고 개인의 능력·정책만 공개 청문회를 한다. 그런데 우린 정책은 없이 개인 신상만 갖고 (청문회를) 하니까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런 점을 보완하는 게 좋겠다.
-남은 인사도 순탄하게 될까.
△노력하겠다.
-정치권에서 개헌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제17대 국회 당시 정당 대표들이 ‘18대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하자’고 했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나를 포함한 후보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다. 난 ‘권력구조 만이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미래 환경 지향적인 개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 뒤 보니까 국회에서 여야가 싸우면 영·호남 싸움이 된다. 영·호남 대치가 같이 된다. 정치가 지역감정을 유발한다는 생각이다. 일반 주민이 (지역) 감정이 있을 이유가 뭐가 있나. 영남에서도 야당 국회의원이 나오고, 호남에서도 여당 의원이 나와서 지역 대표가 돼야 지역의 균형도 이뤄진다. 선거법을 바꾸자는 생각이다. 또 행정구역도 100년 전에 농경시대에 만든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100년 전 구역을 갖고 (행정을) 하려니 서로 싸운다. 행정구역도 정보화시대에 맞게 개편하자는 거다. 헌법도 지난 1987년에 개정했다. (당시) 두 달 정도 논의하다 개정됐다. 독재정권에 투쟁하다 개정했는데, 이젠 세월이 흘러서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가 됐다. 그에 맞게 바꾸자는 거다. 남녀동등 문제, 기후변화, 남북 관련 문제 등도 헌법을 통해 손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개헌을) 제안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개헌 얘기를) 하면 정치적 논쟁이 될 수 있다. 이건(개헌은) 당리당략이나 계파싸움이 있어선 안 된다.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돼도 미래지향적으로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개헌)하라는 것이다. (개헌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마라. 대통령은 할 일이 많다. 경제를 살리고 물가를 잡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개헌은) 국회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개헌 논의를) 하라는 게 내 주장이다.
-17대 국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 포인트’ 개헌을 요청했다가 국회에서 거부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3년 후에 (개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집권 초반에 논의해도 충분치 않은데 후반에 되겠나.
△‘대통령에 당선된 뒤 헌법 개정부터 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2008년 취임하고 금융위기가 왔다. 경제를 살리는 문제도 있었다. 서민이 일자리를 잃고 나라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개헌한다고 할 수 있나. 이제 위기를 극복하고 G20정상회의로 국격도 높아졌다. 그래서 작년 8월15일 광복절 때 (개헌을) 제안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7개월 정도 앞두고 개헌을 얘기했다. 난 굉장히 빠른 거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선 17대 국회 때부터 연구한 게 많다. 지금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복잡하지 않다. 내년에 (개헌을) 말했다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은 늦지 않고 적절하다.
-개헌이 실현가능하다고 보나.
△실현 가능·불가능 이전에 시대에 맞도록 (개헌)하는 게 맞다. 국민도, 정치권도 그렇게 생각한다. 당리당략으로 정치적으로 생각하다보면 안 된다. 그러나 청와대가 (개헌을) 주관할 시간은 없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개헌 논의에 차기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헌법을 개정하면 누구에게 유·불리한가 하는 생각은 없다. 그런 요소가 있다면 빼야 한다. (개헌은 헌법이) 시대에 맞지 않아서 해야 하는 거다. 좋은 계기에 선거구와 행정구역 개편 조항 등도 시대에 맞게 (개정)하자는 거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개헌에 대한) 당론을 정해 오라고 한다. 이는 한나라당내 두 계파가 (개헌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고, 특히 비주류는 부정적이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의 그런 반응은 한나라당 내 논의가 쉽지 않다는 것 아니냐.
△정치적 문제니까 구체적 답변을 할 필요는 없다. 여야가 (논의해야) 할 문제다. 누구든 국가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면 그런 문제는 해소할 수 있다. 당리당략보다 국가를 위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국가보다 당리당략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개헌은) 안 된다. 영원히 안 된다.
-진지하게 논의해달라는 건가.
△그렇다.
-여야 관계도 기록적 한파를 보이고 있다. 통 크게 관계를 녹일 비책은 없나.
△‘한파’ 때문이 아니라도 여야 당 대표를 우선 만나 얘기해야 한다. 걸핏하면 청와대·대통령 운운하며 사과하라고 하는데 여야가 우선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 다음 차원이다. 지난번에 모처럼 여야 대표와 만나 식사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이 안 와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한나라당 대표 등 세 사람만 만났다. 앞으로 (여야가) 같이할 수 있도록 내가 노력 좀 하려고 한다.
-민주당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 한나라당이 예산 강행 처리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사과하라는 거다. 국회를 그렇게 얼어붙게 만든 상황에서 개헌을 얘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여야가 노력을 좀 해야 한다. 난 예산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누구 뺨 때렸다’고 해석하지 않는다. 예산이 법정시한 내 통과된 게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몇 번밖에 없다. 민주주의적 방식으론 통과되지 않고, 군사독재 하에서만 몇 번 있었다.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토론은 세게 하되, 결과는 표결로 내야 한다. 어떤 G20 국가 정상이 ‘대한민국은 어떤 건 표결하고 어떤 건 안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미디어법(처리 과정)을 보고 착각한 것 같다. 정부가 (국회에 법안 등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하는 건 당연하다. 역대 정권은 신년 업무보고를 1월1일부터 3월말까지 받았다. 그러면 국정(운영)이 지연된다. 난 연말에 받았다. 연말에 (보고를) 받으려고 하니까 예산이 확정되지 않으면 업무추진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예산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하는 게 ‘대통령 지시’, ‘거수기’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법정시한 내 예산을 통과시키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계속 그 시한을 넘기고 매년 12월31일 밤 11시를 넘겨 (처리)한다. 문제가 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노력해본다는 의미다. 효율성이냐 국민 설득이냐의 문제라고 한다.
△국회의원을 두 번 했다. 12월31일이 돼도 여야 합의로 예산이 통과된 걸 못 봤다. 똑같이 일방적인 통과다. 그래서 앞으로 국회도 기왕이면 (예산에 대한) 토론시간을 더 (앞)당겨야 한다. 연말에 가서 하려니까 안 된다. 국회법을 바꿔 예산토론 기간을 더 늘려 법정 시한 내 하는 게 좋다. (심사) 기한은 짧은데 여기에 여야가 개인 예산까지 다 넣는다. 이건 모순이다. 결산과 예산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6월부터 (심사)해도 좋다.
-민주당 소속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에게 (최중경 장관 문제로) 전화했다. 그런 노력을 더 보여줄 수 없는가.
△난 노력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대통령이 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에 같이 있었고 외국에도 같이 있었다. 앞으로 여야 간 노력도 하고 나도 좀 더 노력하겠다.
-여야 영수회담 얘기가 나온다. 계획이 있나.
△한번 만나야겠다.
-설 뒤에 만나나.
△연초니까 한번 만나야겠다.
-의지를 갖고 있나.
△그렇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관심인데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야 논의될 수 있지 않겠나.
△한·미FTA의 중요성은 얘기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의 경제적 효과도 있지만, 안보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미FTA는 전 정권이 합의하고 서명했다.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국회 통과과정이 남았는데 FTA를 만들었던 정권에 있던 사람들이 반대하니까 좀 그렇다. 한국이 성장한 것도 수출이 제대로 됐기 때문이다. 기업이 노력해서 작년에 수출(규모) 세계 7위가 됐다. 어차피 우리 경제가 살 길은 수출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82%를 수출이 차지하는데 수출을 잘하자면 FTA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는 세계 모든 나라가 다 부러워한다. 한국은 영토가 작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인데 45개국과 FTA를 했다니까 대단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글로벌하게 영역을 넓혀간 적이 있나. 경제 영역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가 됐다. 여야가 정략적으로 다투지 않고 FTA를 (비준)해줬으면 한다. 시간이 좀 있지만 미국도 서둘러서 (의회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 (분야)를 좀 양보하고 농축산물과 의약품은 유리하게 협상했다. 자동차는 우리가 (연간) 90만대를 (미국에) 파는데 미국 차는 1만대도 (국내에) 안 들어온다. 미국 정치에도 도움이 되고, 또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엔) 미국 차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야가 (FTA 비준안을) 합의해줬으면 좋겠다.
-FTA 추가협상이 없다고 하다가 결과적으로 추가협상이 됐고 문구에 손을 댔다.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손해를 봤다고 느껴 정치권이 흔쾌히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 같다.
△그리 해석할 수 있겠다. 미국도 사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오면서 한·미FTA에 반대했다. 그런데 한반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미국은 경제 분야 하나만 갖고 FTA를 반대해선 안 된다’고 했고 ‘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해했다. 요즘엔 오바마 대통령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이명박 대통령)가 설득해서 자기(오바마 대통령)가 그렇게 (FTA를) 하기로 했는데 왜 한국에서 거꾸로 반대가 나오냐’고 한다. FTA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가 경제에서 가장 영향을 안 받는 쪽을 양보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아무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FTA를 빨리해야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판단이다.
-추가협상도 손해가 아니란 뜻인가.
△확실하다. 해당업계도 그리 얘기한다. 자동차 문제는 업계가 제일 잘 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제2의 세종시’가 될 것이란 걱정이다.
△지금 대답할 시기나 입장은 아니다.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과학벨트는 과학적인 문제다. 지난 국회에서 ‘과학벨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올 4월5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4월5일 이후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한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한다). 그 이전엔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 4월 이후 위원회를 발족하면 거기서 충분히 검토·토론하고 결정할 거다. 정치적으로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대통령은 공약에서 구체적으로 기초 지방자치단체 몇 곳을 연결시키는 과학벨트를 얘기했다.
△당시엔 여러 가지 정치상황이 있었다.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도 포함됐다. 거기에 얽매여선 안 된다. 또 공약집에 있던 내용도 아니다. (대통령) 선거 유세 땐 내가 충청도 표를 얻으려고 했을 거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 (결정)하는 것이 맞다.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거냐.
△위원회가 발족해 그런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잘 할 거다.
-그 말만으로도 충청권이 반발할 듯한데.
△반발 여부보다는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청도도 믿어주면 좋겠다. 그게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될 거다.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한 석해균 선장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받나.
△아주대 병원장과도 통화했다. 처음엔 ‘하루 정도 지나면 (호전 여부를) 알겠다’고 했는데 ‘아직 더 지나야 알겠다. 2~3일 지나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악화는 안 되고 있다’면서도 ‘갑자기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 할 수 없다’고 한다. 난 ‘(치료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선원 21명이 다 살아 돌아오고 고향에서 설 명절도 쇠는데 아직 의식도 못하고 있어 갑갑하다.
-석 선장 건강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관심 표명한 것으로 안다.
△이번 작전 때 그 사람이 없었으면 못 했을 거다. 또 (배가 해적에게) 끌려갔을 거다. 이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던 최영함이 (가까이) 올 수 있게 천천히 (배를) 몰고 연락해줬던 게 크게 기여했다. 내가 결단해서 작전하자고 한 것도 이 사람의 지혜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누워있으니 안타깝다.
-모든 국민이 (석 선장의) 쾌유를 바란다.
△1년에 500척의 (우리) 배가 다닌다. (해적에게) 붙들려 가면 회사가 돈을 물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이 사람은 달랐던 것 같다. 정말 특별한 사람 같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남북대화와 (북핵) 6자회담의 전제조건인가.
△‘6자회담과 남북대화는 조건이 다르다’고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얘기하는데, 원론적으로 말하면 6자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북한의 자세가 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정말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정말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사람을 죽였나. 아웅산 테러 사건,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 등 전후에 13번의 사건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국은 ‘평화를 지켜야 한다. 혹시 전쟁이 나면 어쩌느냐’ 해서 참아왔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도발한 뒤 한참 있다가 다시 대화하자고 하고 그때마다 ‘쌀·비료를 가져와라’ 했다. 과거엔 그랬는데도 서해안에서 항상 충돌이 있었다. 도발엔 강력히 대응해야 도발을 줄일 수 있다. 난 여러 상황을 볼 때 북한도 이젠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북한도 ‘도발만으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지금 (북한이) 각계각층에 대화하자고 하는데 과거에도 이런 걸 여러 번 썼다. 이제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을 다 이해한다. 미국, 중국, 일본도 한국의 주장을 이해한다. 북한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40배에 이르는 경제력을 갖고 있고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이제까지 참아왔다. 무력도발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자세로 나오면 남북대화와 경제교류를 하고 6자 회담도 얘기할 수 있다. 핵실험한 다음에 대화하자고 하면 안 된다. 금강산에서도, 연평도·천안함 (사건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 그런 것은 없었던 양 (북한이) 각계각층에 대화하자고 하니까 진정성이 있겠나. 그럼에도 (북한과) 실무대화를 시작하니까 진정성이 있나 보려고 한다. 북한은 과거 방식이 아닌 ‘남북이 힘 모아 공존하고 상생하자. 언젠가는 평화통일하자’는 자세로 가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민을 잘 살게 하려고 경쟁한다. 그런데 북한과 대한민국은 군사경쟁에 수많은 예산을 쓴다. 북한도 국방비의 20~30%만 줄이면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우리도 1년에 (국방비로) 30조원을 쓰는데 10조원만 줄여도 교육·복지비로 쓸 수 있다. 북한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변화를 요구한다. 북한도 변화할 좋은 시기를 만났다. 난 ‘북한이 변화할 시기가 아니냐’고 기대한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시작될 단초를 발견하고 남북대화를 하면 6자 회담도, 정상회담도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필요하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 우린 북한에 미·중 회담 전부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이 북한에도 좋은 기회다. 변화를 보여준다는 건 남북에 중요한 문제다.
-남북관계가 냉랭한 이유 중 하나가 현 정부 외교정책이 과거에 비해 한·중보다 한·미관계에 치우쳤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그리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엔 한·미관계가 강할수록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된다. 중국에도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한·미 동맹관계이지 한·중 관계에 해가 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 전에도 가까웠는지 몰라도 (중국과의) 전략적 우호관계는 현 정부에 들어 맺었다. 북한 관계도 한·미-북·중 등 이분법으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를 보면 국가 관계는 꼭 이렇게 봐선 안 된다. 한반도 평화 유지와 비핵화 목표를 중국과 공유하고 있다. UN안보리에서 중국이 북한 편을 들면서도 우리와는 관계가 깊다. 난 중국에 ‘북한 사람, 김정일 위원장도 자주 불러라’고 한다. 그래야 둘이 친해진다. 둘이 왔다 갔다 해야 북한이 변화·개혁을 할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 갈 개방·개혁의 방향은 중국이 좋은 모델이다. 내가 중국에 ‘(북한과) 자주 만나 달라’고 하면 중국에선 ‘이 대통령이 큰 관점에서 봐줘 고맙다’고 한다. 모든 문제를 일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만만치 않다. 경제 분야도 한국은 (중국에 대한) 투자와 수출이 제일 많다. 중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우리가 수출 3위다. 우리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한국과의 관계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상당히 대등하다. 지금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인다. 한·중 관계는 많은 대화를 통해 깊은 관계가 되고 있다.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대북 강경 발언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 북한과 만나서 껄끄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외교라인 교체는 생각하고 있나.
△안하고 있다.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도 (우리 측에) 있어야 한다. 과거엔 북한이 ‘(저 사람은) 통일부 장관 하면 안 된다’고 하면 바꿨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예전엔) 남북이 대등한 관계가 되지 못했다. 북한도 우리에게 맞춰야 한다. 어떻게 우리만 맞추나.
-지난해 경제 성적표가 괜찮았다.
△좋다고 해 달라.
-올해는 어떻게 예상하는지.
△금년이 제일 어렵다. (작년에) 6.1% (경제)성장을 했는데 (올해) 또 5% 성장을 한다고 하니까 그렇다. 상당히 어렵지만 금년 기업이 1조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5%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대단한 것이다. 세계에서 9번째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게 만들고, 우리 기업도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외국에 투자해야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고 국내투자에도 경쟁력이 있도록 규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해 13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서민은 물가가 오르면 경제 온기를 느낄 수 없는데 정책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나. 대응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또 올 예산을 상반기에 집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이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작년에 6.1% 경제성장을 하면서 물가 상승률은 3.3%를 달성했다. 물가 문제는 우리가 투자, 지출을 많이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인도 물가는 작년에 18% 올랐고 신흥국가는 올 1월에 6~8% 상승했다. 우리만 4.1%를 기록한 게 아니다. 그런데 1월에 농수산물 값이 많이 올랐다. 기후 변화 때문이다. 세계 다른 나라의 경우를 봐도 인도는 양파가 바닥나서 시위가 일었고 중국도 가뭄으로 농산물 값이 올랐다. 공산품은 석유 제품이 올랐다. 결국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이 문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재래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고 물가가 좀 올라도 괜찮다. 정부가 왜 3%에 신경 쓰냐면 물가가 오르면 서민에게 어려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세율 등을 낮춰 기름 값이 오르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전세 값 대책은
△전세 값과 월세가 오르면 내가 그 고통을 체감한다. 청와대 행정관도 갑자기 (집) 주인이 ‘5000만원을 더 내라’고 했다고 한다. 집값이 안 오르니 전세에 살면서 기다리자는 사람이 있고 전·월세 아니면 못사는 서민이 있는데 정부 정책은 그들을 위한 것이다. 토지주택공사를 통해 정부가 재정자금을 갖고 다가구 주택을 샀다. 2만6000세대다. 전부 수리해서 전세를 준다. 2월 말까지 입주자를 공모한다.
-다가구 주택으로 2만6000세대인가.
△그렇다. 20평대고 많아야 30평 이하다. 전세 값이 오르니 대출금이 오른다. 그래서 7조원 정도 배정했다. 금융기관 이자가 2~4%인데 이자를 조금 낮은 쪽으로 서민들에게 7조원 정도 전세 대출을 하면 문제가 풀릴 거다. 2% 금리로 건설회사가 소형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있다. 장관이 2월 말에 발표해야 하는데 내가 좀 미리 얘기했다.
-1월 중순에 전·월세 대책을 여러 부처가 함께 발표했다. 이른바 ‘백화점’식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반응은 크지 않았다.
△그 이후 여러 회의를 하면서 결정했다. 조금 (효과를 발휘)하지 않겠나.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집을 안사고 (값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면 대책이 없다.
-기름 값을 잡으려면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생각이 없나.
△그것도 포함돼 있다. 기름 값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도 추세를 본다. 이집트 사태까지 생겨 유가가 올랐지만 좀 더 추세를 보겠다. 대기업도 협조해야 한다. 국제유가보다 국내유가가 천천히 내려가는데 올라갈 땐 급속히 올라간다는 인상이 있다. 국민 여론이 그렇다. 그 문제에 대해 협조 좀 하란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 조사하겠나.
-(조사)할 게 있으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한다’고 할 순 없고, ‘확인해보라’는 했다. 또 대기업이 생활필수품(가격)을 담합하는 게 있어 도덕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정유사가 전전긍긍한다는데, ‘대통령이 나서야 일이 되나 보다’ 하면서도 한편으론 ‘왜 미리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전긍긍하는지, 하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기업을 (경영)해봤다. 통상적으로 해도 대통령은 (기업의) 긴장을 촉진시킨다.
-연초 여당과 야당 내에서도 복지 논란이 일고 있다. 초점이 ‘무상복지’로 이동했다.
△복지는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다. 복합적이고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복지를 향상시키고 있다. 예전엔 국방비가 (예산 비중) 1등이었는데 지금은 복지비가 압도적으로 1등이다. 선진국 복지는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국가신용등급이 41년 만인가 처음 떨어졌다. 그게 복지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스 등도 결국 ‘놀고먹어도 좋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파산)됐다. 프랑스도 상당히 (복지가) 후퇴하고 있고 독일은 이미 (후퇴)했다. 스웨덴 총리가 ‘과거 복지정책을 갖고 한국이 배우겠다는데 따라 해선 안 된다’면서 자기들은 ‘개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단적으로 말해 서민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도 하지만 여러 규제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엄마가 ‘봉고’차를 몰면서 먹고 사는데 지하방 세가 올라서 쫓겨났다고 했다. 조사했더니 차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지 않았다. 지금은 규정을 바꿔서 일자리도 얻었다. 그런 허점이 많다. 사각지대도 많아서 복지전달체계도 과학적으로 (개혁)하면서 서민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부자복지’를 보편적으로 하는 건 시기적으로도 안 맞고, 국방비를 제일 많이 쓰는 나라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 삼성그룹 회장 같으신 사람의 손자·녀는 무상급식 안 해도 되지 않나. 그래서 이번에 아이 보육 지원 대상을 (소득하위) 70%까지 해주자고 했다. 상위 30%는 사실 한달 보육비 20만원에 그리 구애받지 않는다. 다문화가정은 100% 다해준다. 마이스터고등학교의 3년간 등록금을 전부 대주고, 졸업하면 바로 직장에 갈 수 있도록 서민복지를 강화하고 있다. 무상으로 가면 (정부가) 감당하지 못한다.
-구제역 사태는 관재, 인재란 기가 나온다. 정부의 초동대응이 잘못된 결과 아닌가.
△정부 대표로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잘못했다고 지적하기에 앞서 사정을 설명하겠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18개 나라에서 구제역이 상시적으로 창궐했다. 특히 베트남이 그랬다. 축산인이 단체로 (동남아 국가에) 여행을 갔다 오니까 (우리나라도) 구제역이 상시로 있을 수밖에 없다. 동남아는 축산물 수출국이 아니다. 자기들이 (구제역 소·돼지를) 잡아먹고 해서 살 처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린 이제까지 구제역에 걸리면 살 처분한다는 게 원칙이었다. 수십 년간 그래 왔고 매뉴얼에도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초기발생 과정에서) 사료차가 경북 안동에 있다가 경기도 쪽으로 갔다. 안동에서 (구제역이) 생겼다고 그 주위만 챙겼다는 점에서 초동대처가 좀 미숙했다고 볼 수 있다.
-간이 키트로 검사해서 구제역 확정 판정에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에 구제역이 퍼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요즘엔 검사하면 그 다음 날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다만 초기에 더 완벽하게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구제역 대응원칙을 세울 때 백신을 놓자고 했는데 전 세계에서 백신을 만드는 데가 영국, 네덜란드뿐이다. (백신을 수입하려면) 또 주문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독촉하고 외교관이 찾아가 급송해서 이번에 백신을 놨다. 초기대응 미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돼지 200만마리와 소 14만마리가 살 처분됐다. 축산업을 안 하는 사람도 (살 처분 결과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안 좋을 거다. 영국은 2001년 광우병으로 (소) 1000만마리를 살 처분했다. 대만도 그 이전에 보면 400만마리를 살 처분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백신이 좋은 게 나왔다. 백신접종을 하면 (구제역은) 99% 이상 항체가 생긴다. 이제 우리가 (소·돼지에) 백신을 놓기 시작했고, 백신을 놓은 곳은 구제역이 더 발생하지 않을 거다. 약이 모자라 소부터 백신을 놨고, 돼지는 천천히 놨는데 항체 전파력은 소보다 (돼지가) 몇 백배 이상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도 백신을 생산하자고 생각한다. 백신을 주사하면 살 처분의 99%가 해결되고, 축산업자도 항상 그렇게 해야 한다. 한해 공항에 2000만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방역하겠는가. 구제역을 백신접종 체제로 막으면 하반기부터는 살 처분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구제역 사태가 끝나면 대응 매뉴얼 변화 및 문책조치도 이어지는가.
△지금은 설을 앞두고 귀향객이 많으니 우선 거기에 대처해야 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동원된 공직자, 군, 경찰이 참 헌신적으로 (일)한다. 날씨가 추우면 구제역이 더 창궐하는데 (이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그들은 설에도 쉬지 못하고 (방역작업을) 해야 하는데 다행히 1차 방역은 다 끝났다. 백신접종으로 구제역이 줄어들 게 확실하다.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가 줄어들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내가 너무 많은 사람을 고생시켰다. 그 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대책을 세워서 구제역이 없도록 하겠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올해 좀 나아질 수 있나.
△세계 모든 나라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 국정 목표다. 스페인은 청년실업률이 46%, 미국도 20% 가까이 되고, 우린 8% 정도다. 금년에 졸업하는 대학생은 2∼3년 사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됐다. 취업률이 높아졌다. 다행스럽다. 그리고 또 하나 반가운 건 1인 창업이 굉장히 많아졌다. 정부도 해외에 (청년을) 한 2만명 보내는데 그런 것까지 (포함)하면 올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내가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가 지금 기능공이 모자라 해외에서 데리고 들어온다. 긴급하게 2만명을 작년 말에 데려왔는데 또 데려와야 한다. 우리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중에 ‘노는’ 사람이 많은데, 정부가 일정 급여를 주면서 6개월~1년 정도 일정 기간 기술을 배우게 하는 길이 있다. 그런 쪽에 (참여)하면 좋겠다. 다행히 금년 마이스터고는 (경쟁률이) 거의 3.5∼4:1 정도 되는데 성적이 좋은 사람이 들어가니까 이제 패턴이 바뀌는 것 같다. 일자리 위주로 (제도가) 가야 한다. 독일도 대학에 가는 (학생) 비율이 40%가 안 된다. 우린 82%다. 여하튼 올해(일자리 문제)는 작년보단 나아졌다. 국정 목표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있다.
-우리나라가 사회갈등에 따른 비용 지출이 상당히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선 27%나 된다고 한다.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을 할 건가.
△어느 날 대법원장과 얘기했는데 (우리가) 세계에서 소송이 제일 많은 나라라고 한다. 합의보단 모두 소송을 건다. 대법원 제3심까지 올라가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합의해야 하는데 끝까지 간다는 거다. 그러니 그 비용이 얼마나 들겠냐. 변호사 비용 등이 일본의 60배가 넘는다고 하더라.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만 갈등이 있고 소통이 안 되는 게 아니고 사회 전체가 이렇게 돼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서로 소통이 없어졌고 가족관계도 많이 흐트러졌다. 우리의 옛날 가장 큰 장점은 가족관계였는데 그 가족이 소가족으로 바뀌면서 부모가 따로 가고, 이혼하고, 아이들도 따로 있고 이런 사회가 됐다. 이건 정치적으로 해결할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적 변화다. 자살율도 높고 싸우는 것도 많은데 세계 1등 국가 되려면 이런 걸 먼저 해소해야한다.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나.
△각계각층이 가정·학교교육에서부터 종교단체 등 모든 분야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 구조의 문제여서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장점이 바로 젊은이들이 상당히 희망적인데 있다. 요즘 젊은 사람을 보면 세계 1위에 도전한다. 내가 ‘G20세대’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확실히 그 10~20대는 (전보다) 변화했다. 안보문제도 자발적으로 나선다. 극우 보수적 애국심이 아니라 매우 정의로운, 합리적 애국심을 발휘한다. 이런 세대가 있기에 난 희망을 본다. 그래서 난 한국의 미래를 현재 수치만 갖고, OECD 통계만 갖고 볼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발전했기에 이런 문제 해결도 상당히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정치와 언론이 이런 갈등을 조정해서 풀고 국가가 갈 방향으로 함께 합의해 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부추긴다는 생각이다.
△정치와 언론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할 순 없다. 정치 분야의 문제는 정치인이 노력해야 한다. 나부터 노력하겠다. 우리 정치가 기본은 잘못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시기만 거치면 빨리 변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게 변했다. 그러나 안 변한 데가 몇 군데 있다. 그런 것도 희망적으로 본다.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정치가 서로 싸우고, 심지어 ‘대통령을 죽이자’는 말도 하는데 난 그런 걸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 ‘막말’을 해도 개의치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적극 노력하겠다.
-(사회에) 안 변한 데가 어디인가.
△나부터 (변화하겠다). 여하튼 희망적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변할 수 있다. (요즘) 젊은이를 보면서 난 희망을 갖는다. 정치권도 해가 지나고 선거가 지나면서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남은 2년 통 크게 소통의 정치를 해 달라.
△이 사회가 그렇게 되는데 관심을 가지려 한다. 각계각층 여러 분야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에게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이제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구제역, 연평도 사건 등 국민이 참 불안하고 백화점은 (장사가) 잘되는데 재래시장은 안 돼 서민이 온기를 아직 못 느끼고 있다. 날씨도 나쁘고, 온 세계가 기후 변화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물가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이 설 연휴에 가족과 모이면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고 대한민국도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우린 (이걸) 극복하고 틀림없이 한국을 잘되게 만들 것이다. 또 세계가 대한민국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의 능력은 국민, 특히 젊은이에게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이야 말로 국운 융성의 좋은 계기다. 또 국운이 융성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좀 고달프지만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젊은이 중엔 설에 고향에도 못 가고, 일자리를 구한다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차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좌절하지 말고, 그럴수록 도전해서 (희망을) 이뤄야 한다. 우린 그렇게 살아왔다. 또 미래한국은 여러분의 시대이기 때문에 꼭 희망을 갖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잘될 거다. 설 잘 쇠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
-‘대통령은 왜 기자회견은 안 하느냐’는 지적이 많다.
△한 번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 지나고 국회가 새로 열리고 기자들 만나서 얘기할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