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종합물가대책] 고차방정식 돼버린 정부의 물가대책

2011-01-13 11:00

정부가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는 물가를 다잡기 위해 범정부적인 대응태세에 착수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간 묶어 두었던 공공요금인상을 올해 상반기까지 동결하는 한편 이사철이 아닌데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으로 전·월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마련된 종합대책은 같은날 앞서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일단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고차방정식이 돼 버린 물가안정대책앞에 이날 내놓은 미시적인 대응은 더 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설을 앞두고 수요측면과 국제 곡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측면에서의 인플레 우려가 자산시장 버블우려와 맞물릴 경우 자칫 성장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 성장률 유지한 채 물가잡기 '안간힘'

정부가 올해 물가잡기에 올인하는 데는 지난해 성장률이 6% 이상 웃돈데 기인한 측면이 크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정상 상황으로 회귀했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회수되지 않아 자산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어 왔다. 여기에 6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정책(QE2)으로 인해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규모 외자가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가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을 5% 내외로 연착륙 시키려다 보니 시장상황과 괴리된 물가대책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말 목표한 물가(3% 내외)와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국장은 "상반기 중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를 위해 적절한 거시정책조합(폴리시 믹스) 운용이 이루어지도록 유관기관간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대책에는 근원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85달러(두바이유 기준)를 기준으로 경제운용방향을 설정했다. 두바이유 현물가는 지난 10월 80.3달러에서 11월 83.6 달러, 12월 88.9달러로 치솟아 12월 소비자물가가 3.5%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월 11일 기준으로도 국제유가는 91.8달러로 90달러 선을 훌쩍 뛰어 넘었다. 1년전보다는 무려 12.8%나 치솟은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 물가는 2주에서 1개월의 시차를 두고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5%를 기록한 바 있어 유가요인만으로 봐도 이달 물가상승은 불가피해 졌다.

◆ 공공요금 인상억제…에너지 절약원칙과도 배치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게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가장 높은 공공요금과 등록금 동결 유인책이다.

공공요금의 경우 전기, 가스, 우편요금을 원가절감을 통해 원칙적으로 동결토록 한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가스요금에 적용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으로까지 확대키로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들의 적자누적 규모가 잠재적인 부실요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에너지절약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이또한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물가불안을 잠재워야 한다는 취지에 밀려 한전 등의 경영압박은 오히려 커지게 됐다.

'공공요금 안정' 등 물가안정 노력을 경영평가지표에 신설키로 한 것 역시 공기업들에게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외·고속버스료, 도로통행료, 국제항공료(인가노선), 철도료, 광역상수도료 등도 동결된다.

대학등록금 인상은 국립대는 동결, 사립대의 경우 인상요인이 있더라도 3% 이내로 억제하지 않는 경우에는 교부금등에 있어서 재정적 불이익을 감당해 내야 한다.

◆ 농산물·공산품 물가대책 시장과 괴리

정부는 가공식품, 타이어 등을 비롯한 공산품과 물가불안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농축수산물 수급안정책도 내놓았다.
농축수산물의 경우에는 지난 11일 범정부적으로 내놓은 설 제수용품 안정 등 단기대책에 이어 이번에는 중장기대책이 망라됐다.

정부의 고민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물가관리 기관의 집중감시품목으로 선정된 밀가루, 음료(두유 등), 과자, 김치, 두부, 치즈 등 가공식품과 석유제품 등 공산품 가격조정기능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데 근거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자재가 상승을 제품원가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순차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물가상승요인을 언제까지나 정부의 통제아래 묶어두지는 못한다는 측면에서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