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은행들, 스트레스 테스트 무용지물"

2010-12-30 10:52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회사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 부서를 인터뷰한 내용을 30일 소개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경기침체 등 외부 충격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금융기관이 경기 변동을 대비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감독 당국은 '위기상황 분석 모범규준'을 은행과 보험 등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시켜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비상시 대응 방안을 세우도록 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자체적으로 거시경제 모형을 활용해 주요 변수를 추정하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본격적인 테스트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뷰 응답자들은 전문 인력 및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경제 변화를 제때 반영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답했다.

현재로서는 금리 등 시장의 개별 지표가 달라질 경우를 계산하는 단순 테스트만 시행하고 있다.

그나마도 이 테스트 결과에 대해 경영진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해 활용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때 전통적인 위기관리 수단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스트레스 테스트가 위기를 예방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한국은행이나 감독 당국은 자체 분석정보를 은행과 공유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활용도를 중심으로 은행을 평가해 위기관리를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