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어음’ 용지 발급 유력 은행 지점장 등 10명 기소

2010-12-29 16:42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배성범 부장검사)는 액면가 3000억원대의 부도가 예정된 ‘딱지어음’을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무인가단기금융업 등)로 박모(71)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모(56)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박씨에게서 뒷돈을 받고 딱지어음에 사용할 약속어음 용지 발급을 도와준 혐의로 A은행 김모(52) 전 지점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박씨 등에게서 딱지어음을 넘겨받아 시중에 유통시킨 정모씨 등 달아난 5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일당은 2008년 경기도 안양에 C종합상사 등 농수산물 유통업체 6곳을 세워 A은행 등에 당좌계좌를 개설하고 액면가 합계 3272억원 상당의 딱지어음 643장을 발행해 장당 200만-400만원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C사 등 6개 업체들끼리 서로 물품을 거래한 것처럼 허위 거래 실적을 만들어 신용을 쌓는 수법으로 은행에서 대량의 어음용지를 발급받았다가 한꺼번에 어음을 발행하고 계획적으로 부도를 내 어음을 최종 구입한 영세상인이나 건설 하청업자 등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C사 등의 부도 직후인 지난해 6월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에서 발표한 경기도 어음부도율이 같은해 5월 0.61%에서 한 달만에 1.14%로 치솟는 등 지역 서민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A은행 전 지점장 정씨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박씨에게서 모두 6850만원의 뒷돈을 받은 뒤 C사 등의 당좌계좌 개설과 어음용지 발급, 회사 신용도 평가 등에서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C사 어음이 부도나기 넉달 전 ‘딱지어음이 돌고 있다’는 투서를 접수해 어음의 액면가와 실거래가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은행 직원들이 문제의 어음을 거래정지하지 못하도록 지시해 피해를 키웠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정씨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박씨 일당이 뿌린 딱지어음 피해를 5분의1로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지만, 정씨는 검찰에서 “딱지어음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