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제전망] ‘상저하고’ 금리·물가 오름세 지속…성장률 4%대 초반

2011-01-04 13:44

(아주경제 김유경 임명찬 기자) 국내 주요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한국경제가 ‘상저하고형’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주요 경제권 경기가 아직 안착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경제가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민간 소비와 생산이 모두 활기를 되찾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제성장률 4%대 초반

국내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있다.

올 하반기 들어 한풀 꺾인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소비시장 침체와 유로지역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그동안 성장세를 이끌던 정부의 재정지출이 내년에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점도 내년 성장세가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는 상저하고, 연간 성장률은 4.3%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는 상반기 중에 민간부문이 자생력을 회복하기 어려워 보이며 정부의 재정 여력 등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환율, 올 하반기와 닮은꼴… 1040~1060원대

내년 원·달러 환율은 기조적인 내림세와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상충한 올 하반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글로벌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국내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우겠지만, 대외 불확실성 고조와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얽혀 변동성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인 전망 수준은 1000원대 중반으로 경우에 따라서 1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연간 환율은 지속적인 절상기조(환율 하락)가 유지될 것”이라며 “1000원대로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현재 환율수준이 저평가 돼 있어 달러약세 등이 크게 대두될 것”이라며 “내년 연말에는 1050원까지 하락할 것이며, 연 평균으로는 1065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회복 영향, 금리는 오름세

내년 기준금리는 연간 0.50~1.00%포인트의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최근 경제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향후 통화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금리수준을 올릴 필요가 있으며, 경기회복 속도나 물가 상승세에 비해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분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가 완만하게 상승하며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1.0%포인트 내외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와 인플레이션 상승압력 등으로 채권금리가 오를 것”이라며 “다만 상승폭은 다소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연 평균 3.8% 정도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 물가 오름세 지속… 3%대

올 하반기 급등하던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한풀 꺾이겠지만,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환율이 하락하고 수요측면의 상승압력은 높진 않겠지만,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높아 연 3.0%대 중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공공요금이나 유가 등을 억제해왔기 때문에 물가는 오를 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공급가격을 낮춰주던 중국도 내년에 임금인상에 나설 전망이라 내년 소비자물가는 3%대 중후반의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정 연구위원도 “물가는 높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연 3.3% 정도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며 “원자재가격을 중심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 취업난, 내년엔 더 심하다

내년 고용은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취해왔던 일자리 창출 지원책이 내년에는 대부분 종료되고, 기업들도 아직까지는 고용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완종 연구위원은 “고용문제는 쉽게 해결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느냐가 중요한데 내년엔 숫자상으로만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상무와 이근태 연구위원 역시 “취업자 증가 수가 20만명대 초반에 머물며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부동산경기 침체 여전

부동산경기는 언제쯤 회복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부동산경기가 침체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책으로 시장의 심리가 잔뜩 위축됐기 때문이다.

부동산경기가 현상황서 더욱 악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부동산경기는 정부규제와 이자율 등의 문제가 얽혀있어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하기 어렵다”며 “다만 내년엔 올해보다 나빠지진 않을 것이며, 현상유지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김완종 연구위원은 “올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되며 시장전체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다면 시장에 풀린 돈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다소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유럽 침체 지속… 중국은 고성장 유지

내년에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는 침체를 거듭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높은 실업률로 소비시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재정지출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경우는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이라 단기적인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김필헌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은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국회가 대치하는 등 정치적 이슈와 상당부분 묶여있다”며 “당장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세우기 어려워 급격한 회복이나 성장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유럽은 재정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본다”며 “남유럽 국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안정성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경제에 대해선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다. 주요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8%대 초중반에서 9%안팍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됐다.

권순우 상무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는 다소 떨어지겠지만 8%대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우선 정부의 역할이 크고 민간 부문도 자가발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과열돼야 주변국가들의 성장률도 오른다”면서도 “다만 중국 정부는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며, 중국이 긴축정책을 펼 경우 한국의 수출전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