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여전히 이유있는 차이나디스카운트
2010-12-27 09:57
(아주경제 정해림 기자) "잠시만요. 1차 투자비 3500억원 가운데 공모자금과 기타조달 비중은… …"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한 중국 기업 사장은 최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신규사업 자금을 어디서 얼만큼 조달할 것인지를 물었지만 바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부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가 상황정리에 나섰지만 사장과는 다른 수치를 내놨다.
국내 상장으로 1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지만 받은 이후 구체적인 자금 배분계획은 세우지 않은 눈치다.
CFO만 알고 있을 뿐 사장이 모른다는 생각에 간담회는 내내 어수선했다.
중국 기업은 2007년부터 국내 상장을 시작했지만 꾸준히 쌓여 온 불신 탓에 일시적인 '테마주'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전달 중국원양자원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닷새 만에 취소했다.
증자 이유와 규모를 설명하지 않아 이 회사 주가는 연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당황한 경영진은 이사회를 열어 증자를 취소했지만 다른 중국 기업 주가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IPO를 추진하고 있는 회사도 앞서 상장한 중국 기업보다 나은 점을 찾기 어려웠다.
여전히 상장만 하면 끝이라는 식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탓에 잃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추상적인 사업 계획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과 내역이 나와야 한다.
이번에 간담회를 연 회사에서는 아직 사업계획이 구체화되기 전이라고 해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사업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다 저렇다 즉답하지 않은 채 당황했던 모습은 신뢰하기 어렵다.
당시 사장은 이미 외국 증시에도 상장돼 있을 만큼 투명한 회계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사업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외국 기업 상장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주관하는 한국거래소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적만 의식해서 외국 기업 상장심사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