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제 나아질 것 같으면 복지 예산 줄여도 되나?
2010-12-20 11:32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2011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뒤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복지예산 삭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총액으로 보면 복지 예산은 분명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내년도 복지 예산은 올해 81조2464억원에서 86조3926억원으로 5조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항목들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감 복지예산들은 무더기로 삭감됐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542억원과 203억원이 집행된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은 내년도에 0원으로 확정됐다.
기초생활보장급여수급자(이하 생보자) 생계급여 예산은 32억원 넘게 삭감됐다.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으로 결식아동 수가 감소한 것을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부는 2009년에 비해 현재 결식아동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 2011년에는 얼마나 줄 것으로 예상하는지 등에 대한 통계자료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생보자 생계급여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제가 나아짐에 따라 내년에는 생보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11년 업무추진 계획’에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 성과가 고용 및 소득 경로를 통해 경제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기가 회복돼도 저소득층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에서 “최근 경기동행·선행지수 하락, 재고.출하 순환의 경기둔화 국면 이동 등으로 향후 경기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왔다갔다 하는 미덥지 못한 태도가 복지예산 삭감 논란을 더 가열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leekhyo@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