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자들 "우리는 개구쟁이 돌멩이 맞은 개구리다"
2010-12-15 17:07
치킨업자들 "우리는 개구쟁이 돌멩이 맞은 개구리다"
"개구쟁이 소년은 장난으로 무심코 돌멩이를 던졌지만, 그 돌멩이를 맞은 개구리는 즉사했습니다."
롯데마트가 출시한 5천원짜리 튀김 닭 '통큰 치킨'에 직격탄을 맞은 치킨 전문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통큰 치킨의 '7일 천하'가 15일로 막을 내렸지만, 그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존 치킨 전문점들이 '그동안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원망의 시선을 롯데마트 쪽에 돌리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닭ㆍ오리 생산자 및 판매자 모임인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에는 치킨 판매업자 5만여 명과 양계 농가 10만여명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협의회는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을 5천원에 팔면서 '역마진'이 아닌 '저마진'이라고 밝혀 자신들을 부당이익과 폭리를 취하는 악덕 사업자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가 제시한 프랜자이즈회사의 가맹점인 응암동의 한 치킨점의 원가 내역에 따르면 하루 판매량 30마리를 기준으로, 프라이드 치킨 1마리 원가는 생닭 4천300원에 튀김가루와 기름값이 각각 970원, 1천원 들고, 박스와 무 콜라 값 등으로 1천180원이 추가된다.
이밖에 임차료ㆍ수도광열비ㆍ감가상각비 3천268원과 배달비ㆍ인건비 2천222원 등을 합쳐 1만2천940원이었다.
여기에 가맹점 마진으로 마리당 3천원가량을 붙이면 현재 소비자 판매가격인 1만6천원은 적정하다는 게 협의회 측 주장이다.
BBQ 등 치킨프랜차이즈 회사들은 현행 치킨 가격이 합리적인 만큼 가격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생닭 1마리 4천180원, 튀김가루 670원, 기름 450원에 포장박스 360원을 더하면 원가는 5천66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협의회는 밝혔다.
협의회는 통큰 치킨에 사용된 생닭 가격은 롯데마트에 공급한 회원사로부터 직접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큰 치킨의 소비자 가격 5천원에서 부가가치세 10%를 빼면 실제 가격은 4천55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큰 치킨은 원가 5천660원보다 1천110원 낮게 판매됐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협의회는 설명했다.
따라서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을 1마리당 원가보다 1천원 이상 손해보며 '미끼 상품'으로 판 것이 분명한 만큼 '저마진'이라는 종전 입장을 철회하고 '역마진'을 인정하라고 협의회 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통큰 치킨 출시로 본의 아니게 영세 상인들에게 피해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그러나 마진을 줄였을 뿐 역마진은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또 "생닭 1마리당 구매 단가는 4천원 미만"이라며 협의회가 공개한 4천180원을 부정하면서도 "납품업체에 대한 상도의 상 구매단가는 물론 통큰 치킨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 문정진 사무총장은 "롯데마트가 역마진을 시인하고 기존 치킨 전문점에 사과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규탄 시위와 함께 피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 같은 자신들의 입장을 광고에 담아 16일 자 주요 일간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지난 9일 등장 이후 영세상인 생존권 침해논란을 일으키면서 롯데마트 쪽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판매중단 결정 후에는 기존 치킨점의 폭리 논란을 촉발했고, 이번에는 롯데마트의 역마진 논란으로 비화하는 등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