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건설경기"…은행권, '기대감'에 '돈' 푼다
2010-12-07 16:40
(아주경제 김유경 임명찬 기자) 올 하반기 건설경기가 반짝 회생하자 건설사 대출이 늘고 건설관련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자금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건설경기 회복이 건설·부동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잠재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부문에 대한 최근의 자금상황 개선이 건설경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올 3분기 말 기준 59조2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1조2000억원 늘며 1년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건설업 대출은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1분기 70조4341억원에서 2분기 69조2584억원, 3분기 68조1601억원, 4분기 62조4368억원, 올 1분기 61조8304억원 등으로 5분기 연속 하락했다.
건설업 대출이 증가한 것은 올 들어 정부의 토목·건설사업 발주량이 늘고, 자금운용처가 사라진 은행들이 건설사 대출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GS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 등 시공순위 상위 5대 건설사의 하반기 주가 상승률 평균은 45.13%.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5.65%)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삼성물산은 지난 6일 종가 8만2400원으로 2분기 말의 5만2100원에 비해 58.18% 급등했다. GS건설은 같은 기간 7만5000원에서 10만8500원으로 44.67%나 올랐다. 대림산업은 6만3700에서 12만1000원으로 89.95%나 뛰어올랐다.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인 현대건설(16.93%)과 대우건설(15.94%)은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자금시장이 건설사들에 우호적인 것은 건설·부동산의 '바닥론'이 정론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시중자금이 건설·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장기간 침체를 겪은 만큼 반짝 회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최근 건설·부동산 경기에 특별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 주택·상가가치전망 소비심리지수(CSI) 및 토지·임야가치전망 CSI는 각각 105와 102로, 전월 대비 3포인트씩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아직 건설·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업에 대출이 늘어난 것을 건설경기 호전의 시그널(신호)로 보기엔 아직 이르며, 앞으로 1~2분기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건설취업 콘잡이 최근 20~50대 건설인 563명을 대상으로 '2011년 상반기 건설경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 68.74%(387명)가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내년 공공부문 발주물량이 줄어들 전망인 데다, 아직 민간부문 회생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올해 건설수주가 3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4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완공 위주 투자에 잡혀있는 만큼 정부 주도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3개월째 동반 하락하고 있어, 민간건축부문도 당분간 활기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