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권한과 책임, 기로에선 삼성 인사

2010-12-06 17:00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지난 3일 정기인사를 통해 삼성은 과거 관리 위주의 조직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역동적인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능력 있는 신진인사를 대거 기용하고, 재무라인이 선점하던 주요 보직은 기획·전략통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번 인사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인사가 단행된 3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대비 4% 이상 수직 상승했다.
 
 다만 한가지 찜찜한 부분이 있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회장으로 그룹의 수장이 아니다.
 
 오히려 법적 책임과 권한이 있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인사에서 객체로 전락했다.
 
 미래전략실 신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조직은 계열사의 사업을 조율하고 미래사업의 방향을 정하지만 삼성 각 계열사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를 두고 삼성에 비판적인 진영에서는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삼성의 기존 조직이 그대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삼성은 “해외 어느 기업이든 콘트롤타워 성격의 조직이 있다”며 미래 경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의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그간 삼성은 이 회장과 콘트롤타워 공백 기간동안 미래동력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삼성의 개혁 인사와 조직 개편은 환영받을 만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삼성이 아직까지도 이와 관련된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은 삼성에게도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때문에 그간 이와 관련해 큰 홍역을 치뤄온 삼성은 서둘러 지주회사 체계를 마련하고, 주요 인사들이 행여 실패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 역시 삼성은 ‘홀몸’이 아닌,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