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한미FTA 타결..영향 제한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수출 또는 현지화 전략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겠지만 통상 부문의 불확실성이 제거됨으로써 미국 시장에 대한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4일 이 같이 전하면서 "미국 소비자에게 한국산 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상승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기에 발효될 수 있도록 비준이 속히 완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러나 합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주판알 튕기기'에도 분주하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철폐 시한이 기존 협정문보다 늦춰진 데 대해 수출 및 내수 시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향후 미칠 구체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미국에서 열린 FTA 추가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 부문과 관련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시기를 5년으로 늦추고 별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 발표대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한이 연장되면 대미 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국내 업계에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서명한 종전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 측은 FTA 발효 후 3천cc 이하 승용차는 2.5%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3천cc 초과 승용차에 대해서는 3년 내 2.5% 관세를 철폐하게 돼 있다.
미국은 그간 양국 간 자동차 교역이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어 철폐 시기를 더 늦춰달라고 요구해왔었다.
따라서 관세 철폐 시한이 5년 유예되면 그 기간만큼 관세 혜택이 줄게 돼 대미 수출이 많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출 전략에 다소나마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선 가격 인하 요인이 적용될 기간이 늦어져 수출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FTA 추가협상이 양국의 전체적인 경제 틀 속에서 진행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새 전략을 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쉬움은 있지만 타격은 당장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고, 통상 부문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픽업트럭도 국내 업체들이 아직 생산하지 않고 있으나 향후 개발해 미국 시장에 내보내면 현지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우려를 반영해 당초 10년간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던 데서 8년간은 25%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2년간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이 또한 국내 업체의 픽업트럭에 대한 개발과 생산 및 수출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업계는 세이프가드 조항 역시 한국차의 대미 수출이 미국차의 수입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우리 업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조항이 언젠가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에 발목을 잡을 공산도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애초 협의대로 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부품생산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우리 업체의 미국 현지 공장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에는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이 있다.
업계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연비ㆍ배기가스 기준과 안전기준 적용도 일정 부분 완화된 만큼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진입 장벽이 낮아져 그만큼 미국차가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모두 혜택을 누리게 되며, 7천~8천대 수준인 이들 차의 연간 한국 시장 판매량이 다소 늘 전망이다.
이번 추가협상 타결의 결과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일단 일본과 유럽 업체가 장악한 한국 수입차 시장의 틈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럼에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차가 연비와 배출가스 등의 규제에서 일정 부분 혜택을 받더라도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 소비자 선호도가 연비 성능이 우수한 차량 쪽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미국차 판매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형차의 품질과 연비성능 면에서 유럽이나 일본차보다 뛰어나지 않은 미국차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산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이나 수입차 시장 점유율 등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차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이 다양하게 들어온다는 게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직접적인 판매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합의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관련 부서나 산하 연구소 등을 통해 이번 합의가 미래 내수 및 수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