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FTA타결 '촉각'.."영향 제한적일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자동차 업계는 자세한 내용 파악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철폐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를 우리 정부가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자, 수출 및 내수 시장에서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향후 미칠 구체적인 영향 등을 분석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3일 미국에서 열린 FTA 추가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 부문과 관련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시기를 늦추고 별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4일 "아직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모르겠지만,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한이 연장되면 대미 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계에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서명한 종전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 측은 FTA 발효 후 3천cc 이하 승용차는 2.5%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3천cc 초과 승용차에 대해서는 3년 내 2.5% 관세를 철폐하게 돼 있다.
이번 추가 협상에서 합의한 관세 철폐 시한 연장 기한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채 5년이라는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미국은 한미 간 자동차 교역이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어 철폐 시기를 상당 기간 늦춰달라고 요구해왔다.
따라서 관세 철폐 시한이 유예되면 그 기간만큼 관세 혜택이 줄게 돼 대미 수출이 많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출 전략에 다소나마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 가격 인하 요인이 줄어들어 수출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FTA 추가협상이 양국의 전체적인 경제 틀 속에서 진행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새 전략을 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픽업트럭도 국내 업체들이 아직 생산하지 않고 있으나 향후 개발해 미국 시장에 내보내면 현지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우려를 반영해 양국은 이에 대한 관세 철폐 기한도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이프가드 조항 역시 한국차의 대미 수출이 미국차의 수입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우리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연비ㆍ배기가스 기준과 안전기준 적용도 일정 부분 완화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진입 장벽이 낮아져 그만큼 미국차가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모두 혜택을 누리게 되며, 7천~8천대 수준인 이들 차의 연간 한국 시장 판매량이 다소 늘 전망이다.
이번 추가협상 타결의 결과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일단 일본과 유럽 업체가 장악한 한국 수입차 시장의 틈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럼에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차가 연비와 배출가스 등의 규제에서 일정 부분 혜택을 받더라도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 소비자 선호도가 연비 성능이 우수한 차량 쪽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미국차 판매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형차의 품질과 연비성능 면에서 유럽이나 일본차보다 뛰어나지 않은 미국차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산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이나 수입차 시장 점유율 등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차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이 다양하게 들어온다는 게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직접적인 판매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그러면서도 합의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관련 부서나 산하 연구소 등을 통해 이번 합의가 미래 내수 및 수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