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산업은행 퇴직간부 어디로 갈까… STX 최다
2010-12-06 00:00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가운데 STX그룹 계열사들이 산업은행 출신 임원들을 가장 많이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 출신 임원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4.24%인 33개사에 달했다.
이들 회사는 대부분 산은을 최대 채무은행으로 뒀거나 해당 임원 고용이후 이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5일 ‘아주경제’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777개사 임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9월말 현재 33개사(4.24%)가 금융공기업인 산은 출신 임원 36명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명이 산은 임원을 지냈고 26명은 본부장급 이하 직급 출신이다.
STX그룹은 STXㆍSTX조선해양ㆍSTX엔진ㆍSTX메탈 4개 계열사를 통해 5명의 산은 출신 임원을 고용,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윤우 전 산은 부총재는 STX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동시에 대한항공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겸직은 산은 출신 상장법인 임원 가운데 유일했다.
산은 투자금융부문장 출신인 이성근 STX 사외이사는 작년 3월 선임됐다. STX는 선임이후 현재까지 산은으로부터 차입을 2188억원에서 3252억원으로 48.62%(1064억원) 확대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171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STX그룹 다음으로 산은 출신 임원이 많은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와 동양종금증권, 동양생명 3개 계열사를 통해 3명을 채용하고 있다.
산은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친 박순화 동양메이저 고문은 작년 1월 1일 선임됐다. 동양메이저는 선임이후 현재까지 산은으로부터 차입금을 718억원에서 1391억원으로 93.73%(673억원) 늘렸다. 이 회사는 작년 말까지 3년 동안 4620억원 누적 순손실을 냈다.
동부그룹(동부화재ㆍ동부증권)과 이수그룹(이수화학ㆍ이수페타시스), 쌍용양회그룹(쌍용양회공업ㆍ쌍용머티리얼)은 각각 2개사에서 산은 출신 임원을 고용하고 있다.
산은 여신심사관리역을 거친 이남수 이수화학 감사는 올해 3월 선임됐다. 이 회사가 산은으로부터 빌린 돈은 현재 135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8.37%(211억원) 늘었다.
산은 출신 상장법인 임원은 대부분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데 비해 세하ㆍ성신양회 2개사에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제공받았다. 라홍빈 세하 사장과 김영찬 성신양회 사장은 각각 산은 기업금융실장과 기획관리본부장을 거쳤다. 세하와 성신양회 모두 주요 채무은행은 산은이다.
나머지 18개 상장법인에서 산은 출신 임원 19명이 재직하고 있다. 그린손해보험과 남선알미늄 대우조선해양 대한은박지 대한통운 대한항공 만도 쌍용자동차 아트원제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유진투자증권과 진흥저축은행 케이피케미칼 키움증권 한국전기초자 휠라코리아 GS글로벌 SH에너지화학 SK증권도 마찬가지다.
공직자윤리법상 공기업 퇴직 임원에 대해서만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직 직전까지 3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직접 연관된 민간업체 취업을 금지하고 본부장급 이하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실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임원 출신이 아닌 공기업 퇴직자에 대한 규제를 정부 차원에서 강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10월 국감에서 과도한 규제시 전문인력 재활용을 막는다고 우려했다”며 “다만 산은이 본부장급 이하 취업을 허용하더라도 내부규정을 만들어 대관업무 창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대체로 전문인력 활용 차원에서 진 위원장 입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이러한 취지처럼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자리 만들기로 공기업과 민간업체가 부적절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산은 관계자는 “법 위반만 아니라면 문제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개별 대출업무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