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자치구 절반, 내년 긴축목표 미달"

2010-11-27 08:44

스페인 자치 지역 중 약 절반이 중앙 정부가 제시한 내년 재정 긴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26일(현지시간) 나왔다.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인 '엘 파이스(El Pais)'는 스페인의 17개 자치 지역 중 8개가 중앙정부가 제시한 2011년 재정 긴축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유력지인 엘 파이스는 17개 자치 지역 중 15개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토대로 이 같은 예상치를 도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에 대해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이들 지자체가 정부의 긴축 계획을 제대로 따를지에 의문을 표시해왔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2009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1.1%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점진적으로 감축, 2013년에 3%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앞서 제시한 바 있다.

이같이 부정적인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스페인 정부는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RACI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스페인에 대해 매도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실수"라면서 그리스나 아일랜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스페인 총리실 관계자는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경우 시장의 공포를 더욱 키울 뿐이라고 언급, 추가 긴축 조치 가능성을 배제했다.

스페인 정부가 추가 긴축에 나설 경우 재정 상황은 개선되겠지만 경기 침체 지속 가능성을 늘리면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도 시장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올 연말까지 계획된 국채 발행 물량 중 일부를 감축하겠다고 이날 발표, 재무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을 홍보했다.

살가도 장관은 "올해 들어 10개월째 재정을 운용한 결과 예상보다 (자금사정이) 좋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부실의 온상인 지역 저축은행의 재무상황 관련 정보를 내년 여름에 추가로 공개하고 공공부채 관련 수치도 월별로 업데이트하는 등 투명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수익률 대비 스페인 국채수익률 간의 격차는 이날 장중 2.74%포인트까지 벌어져 유로존 생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보다 먼저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포르투갈 역시 온갖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음울하다.

포르투갈 의회는 이날 국내총생산(GDP)의 7.3% 수준인 재정적자를 4.6%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2011년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이날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포르투갈은 시장에서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유로존 국가들이 유럽 5대 경제국인 스페인으로 국가채무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포르투갈에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구제금융을 요청한 적도 제안한 적도 없다"면서 "완벽히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이 2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포르투갈 국채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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