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 중국 전통브랜드 - 라오쯔하오
2010-12-17 17:54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중국 라오쯔하오(老字號)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바오두펑(爆肚馮)을 비롯한 일부 라오쯔하오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중국 베이징의 전통거리인 첸먼다제(前門大街)에서 잇따라 철수했다는 소식은 대다수 중국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지요.
오늘은 바로 ‘라오쯔하오(老字號)’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라오쯔하오는 한 마디로 중국 전통 브랜드입니다. 대부분 명·청 시대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온 유서 깊은 업체로 평균 1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업종도 식품·약품·공예품·의료·차 등 다양합니다.
베이징 오리구이 취안쥐더(全聚德), 중국 명주 마오타이주(茅台酒), 한방의약품 대가 퉁런탕(同仁堂), 중국 대표 담배 리췬(利群) 등이 대표적인 라오쯔하오입니다.
지난 1991년 중국 상무부가 인정한 라오쯔하오 수는 전부 1600개. 지난 1949년 이전 중국 전역 라오쯔하오 수가 1만 여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감소한 것이지요.
게다가 이들 중 70%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는 장기적인 적자로 도산위기에 직면했으며, 10%만이 빠른 발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2006년부터 중국 정부가 ‘라오쯔하오 진흥사업’을 통해 이들의 브랜드를 인증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해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라오쯔하오는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라오쯔하오가 개혁개방 이후 불어온 시장논리 때문에 무너졌다고 지적합니다. 무한시장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과거 경영방식에 갇혀 입소문에만 의지하고 연구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352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중국 최고의 칼 가위 제조업체 왕마쯔(王麻子)가 지난 2003년 파산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첨단 장비로 값싼 물건을 대량 쏟아내던 경쟁업체를 당해내지 못한 것이죠. 도산 당시“차라리 계획경제 시대가 좋았다”고 한 회사 경영인의 말은 과거 명성에 젖어 현대화 흐름을 외면하면 결국 쇠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청나라때부터 유명한 톈진의 명품 만두 거우부리(狗不理)는 품질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체인점 수만 늘리는데 급급하다 경영난에 빠져 결국엔 다른 업체에 피인수되는 비운에 처했습니다.
물론 성공한 라오쯔하오도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 연구소가 2007년 발표한 ‘100대 전통 라오쯔하오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마오타이가 브랜드 가치 145억2600만 위안(한화 약 2조5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우량예(五粮液·주류), 리췬, 칭다오맥주, 장위(張裕·포도주), 퉁런탕, 헝위안샹(恒源祥·의류), 취안쥐더 등이 상위권에 올랐지요.
취안쥐더는 중국을 찾는 지도자 등 VIP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전통의 맛이 담긴 메뉴 표준화에 박차를 가해 체인망을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 발전은 라오쯔하오 발전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명절 음식 쭝즈(粽子) 제조업체인 우팡자이(五芳齋)는 올해 단오절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왕(淘寶網)을 통해 상품을 거래하면서 2초마다 주문이 새로 들어와 하루 평균 50만 위안(한화 약 9000만원)을 벌기도 했지요.
최근 중국의 라오쯔하오는 이처럼 전통의 글로벌화, 제품의 표준화, 끝없는 혁신, 그리고 유통채널의 온라인화를 통해 중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전력을 다 쏟고 있습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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