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못생겨도 수익률은 좋아"

2010-11-24 13:11
'어그' 브랜드 美 데커스아웃도어 주가 15년새 2400%↑ 견고한 펀더멘털·공매↓·무차입·풍부한 유동성 등 매력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겨울철 멋쟁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어그부츠(UGGs). 호주인들이 수십년 전부터 양가죽과 양털로 엉성하게 만들어 신던 신발이다.

그 모양새가 워낙 볼품이 없어 호주인들은 '못 생겼다'는 뜻의 영어단어 '어글리(ugly)'에서 착안해 이 신발을 어그(ugsㆍughs)라고 불러왔다.

   
 
데커스아웃도어-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주가 수익률 추이
'어그'라는 브랜드는 미국 업체인 데커스아웃도어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5년 이 브랜드를 인수하며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호주에서는 "미국이 호주의 상징을 훔쳐가려 든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호주의 한 신발제조업체는 어그를 상표로 등록하는 것은 포드가 '세단'을 상표등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홍역 속에 데커스가 거둔 성과는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995년 이후 주가가 무려 2400% 급등한 것이다. 데커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두 배 이상 뛰었다.

CNN머니는 최근 변화무쌍한 신발제조업계에서 데커스가 거둔 성과에 주목하고, 데커스가 월가의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을 분석했다.

CNN머니는 데커스의 투자매력으로 무엇보다 견고한 펀더멘털을 꼽았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익 증가율이 30%에 달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향후 수년간 연평균 24%의 수익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근거로 여전히 데커스를 매수 추천종목으로 꼽고 있다. 샘 포저 스턴에이지앤드리치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데커스와 어그를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아이콘'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샌들 브랜드인 테바(Teva)도 데커스의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지적했다. 데커스의 전체 매출에서 테바가 차지하는 비중은 5%로 어그(92%)에 비할 게 못 되지만 최근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분기 테바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데커스 주식에 대한 공매시도가 줄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매도 비중이 작아지면 실수요가 늘어나 주가의 거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포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공매된 데커스 주식은 수년 전 15~20%에서 8%로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공매를 포기하는 것은 데커스의 주가가 비싼 탓이기도 하다. 데커스는 2011년 주가수익비율(PER) 전망치의 1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데커스에 대한 투자를 그만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높은 주가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기업 알프랭크어셋매니지먼트도 지난 주말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키지는 않지만 데커스에 작별을 고하기로 했다"며 "2001년 주당 1.31 달러에 사들인 데커스 주식을 66.83 달러에 처분했다"고 밝혔다.

반면 데커스 주가가 결코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데커스가 지극히 보수적인 실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늘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 상승여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들은 데커스를 신발업계의 '애플'로 꼽고 있다.

타포시 배리 제프리스앤드코 애널리스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데커스의 2011 PER 전망치는 너무 낮다"며 "데커스는 부채 없이 2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등 매우 깨끗한 대차대조표를 뽐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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