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탑)하나금융, 외환銀 안았지만 남은 숙제 '산 넘어 산'

2010-11-24 15:00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했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먹튀'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매각 차익을 고스란히 가지고 나갈 수 있을지 여부가 걱정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인수자금을 잡음 없이 마련하는 것과 외환은행 노조의 거센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 하나금융 "인수자금 마련 문제없다"… 금융당국 "건전성 심사할 것"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조달해야 할 자금은 3조원 가량이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 6.25%를 론스타와 같은 가격으로 인수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하나금융은 일단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재무적 투자자를 추가로 유치하고 상환우선주나 채권 발행, 자회사 배당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24일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문제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회장은 "내부적으로 조달 방안을 갖고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주가가 오르고 있고 여건도 나쁘지 않아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차입을 과도하게 늘려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채비율과 이중레버리지비율, 지주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3가지 지표를 통해 하나금융 재무건전성을 점검할 것"이라며 "하나금융의 자금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 외환은행 껴안기 '난항' 예상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은행 구성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제 외환은행에 대한 상대는 론스타에서 직원들과 주주로 바뀐다"며 "인수도 중요하지만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김 회장은 "원칙적으로 2개 은행 체제를 고려하고 있다"며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노조는 물론 부행장 등 임원들까지 나서 하나금융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을지로 본점에서는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실사를 막기 위해 해당 사무실까지 폐쇄한 상태다. 금융당국에는 하나금융의 인수 자격을 검토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을 중시하는 외환은행이 단자회사를 모태로 하는 하나금융에 팔리는 데 대해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하나금융이 어떤 묘안을 꺼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론스타 '먹튀' 꼬리표 뗄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면서 거둘 차익은 4조7000억원 안팎이다. 이미 원금 대부분을 회수했기 때문에 이번 지분매각 대금은 말 그대로 투자 이익이다.

국세청은 매각대금의 10%(약 4700억원)를 원천징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론스타는 조세피난처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납세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 주체인 LSF-KEB홀딩스가 벨기에 소재 법인으로 한국과 벨기에 간의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 관계자는 "이미 조세심판원에서 LSF-KEB홀딩스를 벨기에 법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세금 징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도 남아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9%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시민단체들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매각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심사 결과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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