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심분리기 공개..'핵'긴장 증폭되나

2010-11-21 15:31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북한이 '우라늄 카드'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핵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는 핵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농축우라늄(HEU) 시설 기반으로 의심받아왔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내 긴장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북한과 미국의 기싸움은 한층 치열해지고 '강 대 강'의 대결구도가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최근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농축시설을 둘러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수백개의 원심분리기가 초현대식 제어실에 설치된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은 헤커 교수에게 원심분리기 2천개가 이미 설치돼 가동중이라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제조하기 위한 핵심장비인 원심분리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플루토늄과 우라늄이라는 `두가지 방식'의 핵무기 개발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지난 18일 "미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끝내 방해하고 조선에 압박을 가하는 길을 택한다면 '두 통로'의 다른 한쪽(우라늄 기반)인 핵억제력강화노선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조선을 떠밀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분리기 2천개 정도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우랴늄 핵무기의 임계질량(약 20kg)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장비 수준으로 제시해왔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신문에서 "자위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며, 100% 우리의 원료와 기술에 의거한 경수로가 힘차게 돌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새로운 갱도를 건설하는 등 제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된 상황과 맞물려 핵위기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도발에 따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날 북핵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차례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는 22일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6자회담 재개 방안, 영변 경수로 문제 등을 협의하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뒤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을 거쳐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위 본부장도 22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협의를 갖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조성과 조건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

앞서 위 본부장은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만나 6자회담을 서두르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등 '바른 여건'을 준비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 미국, 일본은 고농축우라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행동을 자제하게 해달라고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소식통은 21일 "북한의 움직임이 단순히 엄포를 넘어 '실체적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로 도발에 나선 북한과 핵문제의 국제적인 비확산 활동에 주력해온 미국간의 충돌은 격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보여야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과거의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과 진지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재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 조선대성은행과 대성무역총회사 2곳을 제재대상기관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대북 압박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우라늄농축과 관련된 경수로 건설이 주권국가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맞서고 있다.

조선신보는 18일 "조선(북한)이 '주체 경수로' 건설로 나가는 것은 시비질할 수 없는 신성한 경제주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이 6자회담 등 협상을 재개하도록 나서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과 미국은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고 교착상태인 6자회담의 재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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