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누구>

2010-11-12 21:15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세계무대에서 점차 떠오르는 지도자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더불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이슬람권 정상이기도 하다.

   국민 99%가 이슬람교도인 터키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내 영향력 있는 국가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만큼 그의 행보는 서방과 반(反) 서방 측 모두의 관심사 중 하나다.

   서민에게 친근한 투의 화법을 구사하는 그는 필요할 경우 직설적인 화법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중 지난해 1월 다보스 포럼 등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돌발 행동과 발언은 중동지역에서 에르도안 총리의 인기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다보스 포럼에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향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 "당신은 사람 죽이는 일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이고 나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또 지난 5월 이스라엘의 가자행(行) 구호선 공격에 대해서도 "성경의 십계명 중 6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라고 나와 있다.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 영어로 `you shall not kill(살인하지 마라)'이라고 얘기한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나는 히브리어로 `로 티르차크(살인하지 마라)'라고 얘기한다"며 질타했다.

   그간 이슬람 국가로는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터키의 지도자가 보여준 이런 행동은 서방을 긴장시켰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2002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 총리에 오른 뒤 2007년 재집권에 성공해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던 1998년 한 집회에서 "이슬람 사원은 우리의 병영이며, 첨탑은 총검이고, 돔은 헬멧이며, 신도들은 우리의 병사"라는 내용의 시를 암송, `이슬람 선동' 혐의로 4개월 복역한 바 있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다.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성장한 그는 이슬람 학교에 다니면서 책값을 벌려고 길거리에서 사탕이나 생수를 팔기도 했다.

   서민과의 친화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는 국시인 `정교분리' 원칙을 지지하는 군부와 법조 엘리트 등 세속주의 세력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법부 권한 약화를 뼈대로 하는 헌법개정을 국민투표를 통해 밀어붙였다.

   개헌은 터키의 EU 가입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그의 호소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총리직에 오른 이후 줄기차게 EU 가입을 추진해왔으며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 EU 가입 협상 진전이 가로막히자 불평을 감추지 않고 털어놓기도 했다.

   근래 들어서는 핵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해 서방과 반대 의견을 고수하면서 서방과 이란의 중재자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국내외 문제에 대해 `결과를 추구하는' 원칙에 따라 정력적인 행보에 나서는 지도자라는 게 터키 내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