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닷컴기업에서 경제지표도?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구글을 비롯한 닷컴기업들이 신속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지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3일자 최신호에서 인터넷기업들이 최근 통찰력 있는 경제지표 제공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닷컴기업에서 '경제지표'도?
미국 인터넷 경매업체 e베이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PayPal)은 3년 전부터 매년 11월에 '블랙프라이데이'의 결제량을 공개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소매유통업체들이 일년 중 손꼽아 기다리는 최대 대목이다.
블랙프라이데이의 매출은 연말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심리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페이팔이 공개하는 결제 정보는 업계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의 할 배리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자체 온라인쇼핑 데이터에 기반한 '구글물가지표'(Google price Index)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세금ㆍ지불 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솔루션업체 인튜이트(Intuit)는 전공을 살려 고용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달 5만9000개에 달하는 고객사의 자료를 활용해 중소기업 고용지수를 발표한다.
테일로 스탠스베리 인튜이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닷컴기업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들을 위한 것이지만, 일부 경제정책 담당자들도 이들이 내놓는 통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선제대응에 효과적"
몬스터고용지수(파란색)-미국 공식 취업인구 추이(단위:100만명/출처:이코노미스트)
그는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닷컴기업들이 공개하는 경제지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텐스베리는 우선 닷컴기업들의 데이터 생성에서 축적, 처리에 이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을 꼽았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면 공식 통계가 나오기 전에 경제동향을 파악해 선제대응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채용업체인 미국의 몬스터월드와이드가 내는 고용지표가 대표적이다. 몬스터가 온라인에 올라오는 구인광고를 분석해 발표하는 '몬스터고용지수'는 미국의 공식 취업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기 전인 2007년 이미 급격히 하락했다.
구글은 자사의 검색데이터도 '조기경보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일례로 '실업보험'과 같은 검색어가 갑자기 늘어나면 머잖아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추세 반영 못해" 지적도
스텐스베리는 닷컴기업들이 생산하는 경제지표가 인기를 모을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자료가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존 크래이너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정보업체 질로우(Zillow)가 미 전역에 걸쳐 있는 7200만채의 주택 가격을 반영해 발표하는 주택가치지수를 보고서에 자주 인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질로우 주택가치지수는 잘게 쪼갠 입자처럼 매우 세분화돼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온라인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경제지표가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게 흠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관련 통계가 축적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지표에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만 반영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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