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환경규제 강화…국내 기업 파란ㆍ빨간불 동시 켜져

2010-11-11 14:57

유럽연합(EU)이 환경규제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기준인 '유로5(Euro-V)'가 전면 시행된다.

또한 역내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규제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함부르크ㆍ암스테르담ㆍ로테르담 등 유럽의 주요 항만들은 이미 '친환경 선박지수'를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현재 유럽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미국ㆍ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항로 역시 미주항로와 더불어 2대 항로로 꼽힐 만큼 글로벌 물동량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EU의 이런 움직임이 국내 관련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車ㆍ해운업체 '비상'

'가장 까다로운' 환경규제로 불리는 유로5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된다.내년 1월부터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차는 유럽 내 판매가 금지된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내년 7월 발효되는 한ㆍEU FTA로 인한 수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유로5를 완전 충족하는 모델은 투싼ix와 스포티지R뿐이다. 싼타페와 쏘렌토R의 경우 일부 차종만 이 기준에 부합한다.

현재 현대차는 내년에 선보일 '유럽형 쏘나타(프로젝트명 VF)'에 유로5 기준에 맞는 경유 엔진을 탑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GM대우는 라세티 프리미어와 윈스톰의 '유로5 버전'을 긴급 투입한다. 신형 코란도C를 제외하고는 유로5에 맞는 모델이 없는 쌍용차는 이 차종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국내 해운사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11년까지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별도의 기준을 채택할 방침이다.

이들 기구가 현재 마련하고 있는 규제안은 △기술적 조치 △운항관련 조치 △시장기반 조치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이 규제안이 채택되면 유로5와 마찬가지로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적용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대표 선사들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부터 컨테이너의 운송 구간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산출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 계산기를 실용화해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산화탄소 배출관리를 전 선단으로 확대 적용하는 한편 경제속력 유지, 연소상태 최적 유지, 선박 추진효율 향상 등 '그린운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 "우리에게는 기회다"

반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유럽의 환경규제 움직임이 싫지 않은 눈치다.

세계 굴지의 선주들이 유럽에 몰려있는 만큼 EU의 선박규제안이 강화되면 노후선 교체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ㆍ에버그린 등 글로벌 선사들이 친환경선박인 '그린십' 발주와 관련, 국내 대형 조선사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환경 유해 물질에 대한 국제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며 "선주들도 LNG 추진선과 같은 녹색기술을 적용한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해외업체들보다 기술력 면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어 향후 발주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고출력 친환경 가스엔진인 '힘센(HIMSEN) H35G'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덴마크 만(MAN)과 2008년 초 독점개발 계약을 맺고 LNG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9월 선박 배출가스의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연료비용을 절반이상 절감할 수 있는 'GD ECO-Ship(친환경 선박)' 개발에 성공을 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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