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골 구자철 '황태자 이름값'
'홍명보호의 황태자' 구자철(21.제주)이 위기에 몰렸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구자철은 10일 중국 광저우 웨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C조 2차전 요르단과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쳐 한국의 4-0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대표팀은 8일 열린 북한과 경기에서 0-1로 지는 바람에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자면 큰 점수 차 승리가 요긴했다.
구자철은 0-0으로 맞선 전반 21분 지동원(19.전남), 김보경(21.오이타)으로 이어진 패스를 반 박자 빠른 왼발 강슛으로 마무리, 선제골을 뽑아냈다.
첫 골이 빨리 나와야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득점이었다.
구자철은 후반 44분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정확히 감아 차며 다시 한 번 요르단의 골문을 출렁이게 만들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구자철은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5경기 모두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구자철에 대한 신뢰를 감추지 않았고 이번엔 구자철이 제대로 보답을 한 셈이 됐다.
구자철은 북한과 경기에서 패한 다음 날인 9일 훈련을 마치고 "이 대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주장으로서 또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전날 했던 말뜻을 이날 플레이로 확실하게 보여준 구자철은 이날 3-0으로 앞서던 후반 23분 경고를 하나 받아 13일 팔레스타인과 3차전에는 나올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상 홍명보 감독의 주문에 따른 작전이다. 홍명보 감독은 전날 "경고가 많아 걱정이다. 조별리그에서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상황을 봐서 북한과 경기에 경고를 받았던 선수들에게 요르단과 경기에서 아예 경고를 하나 더 받아 3차전을 쉬고 16강부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뛰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골은 넣을수록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지난해 이집트 청소년 대회 멤버들이 많아 경기 전에 '그때 마음을 되찾자'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 목표를 다 함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데 남은 경기를 통해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고를 하나 더 받은 것에 대해서는 "하다 보니까 2개를 받아 다음 경기에 못 뛰게 됐다"며 "의도적이었는지는 감독님께 물어보라"고 웃은 구자철은 "이제 시작이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을 떨쳐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강한 팀을 만나게 될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