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슈] 삼성정밀화학, 삼성그룹 '태양광'사업에 불 당기나

2010-11-10 15:19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삼성정밀화학이 삼성그룹의 태양광 사업에 불을 당길 '대물'로 성장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정밀화학은 장중 52주 신고가(8만700원)를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MEMC와 합작으로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2012년 완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MEMC는 반도체용과 솔라용 폴리실리콘 등을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발전의 소재가 되는 원재료다.

삼성정밀화학 측은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에 대해 검토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올초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삼성정밀화학은 이미 '삼성 태양광산업 진출전략'의 중심계열사로 떠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태양광' 등을 포함한 친환경 산업을 지목했다. 태양전지에는 8조원이 투자될 방침이다.

삼성정밀화학은 폴리실리콘 제조의 핵심인 염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의 태양광 산업 육성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관측돼 왔다. 고부가기술인 염소생산 기술은 폴리실리콘 가공시 제조원가를 줄일수 있다. 게다가 폴리실리콘 제조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선(先)진입 기업과의 제휴 가능성은 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른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 주가도 미래 성장성이 대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봤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사업이 가시화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진출한 경쟁업체의 성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쟁사인 OCI는 폴리실리콘의 연간 생산량이 연간 2만7000t으로 내년에는 3만5000t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삼성이 알려진 대로 증설을 진행한다해도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예상되는데,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도 삼성정밀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에 썩 긍정적인 평가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도 "삼성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이 합작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이 점쳐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경쟁구도를 재편한다기 보단 삼성그룹내 자체소화 물량을 조달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로 2010년 기준 국내 소재 화학주 평균 13.5배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며 고평가를 우려했다.

이건희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하겠지만, 삼성정밀화학 자체의 핵심사업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증권가가 삼성정밀화학에 기대하고 있는 측면은 폴리실리콘 진출보단 기존에 영위해온 사업부문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상대적으로 유가에 비탄력적인 무기화학계열 주력업체로 1964년 설립돼 40년 넘게 같은 길을 걸어왔다.

'캐시카우'는 정밀화학부문이다. 국내 유일 생산, 수출하는 주력사업인 셀룰로스에테르 부문은 생산규모 증대 및 해외시장 개척으로 시장지배력을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셀룰로스에테르 사업은 메셀로스(시멘트 물성 향상제 등)와 애니코드(의약용 캡슐 등 코팅제) 생산 등이 대표적인데 최근 생산규모를 각각 2만7800t, 3000t으로 확대시켰다.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셀룰로스에테르 수출도 빠르게 회복세를 찾아 지난 2분기 7200t수준으로 전년 및 전기대비 약 25% 증가했다.

신성장동력으로는 정보통신(IT)재료 부문이 꼽힌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원료로 쓰이는 바륨티타늄파우(BTP), LCD현상액의 원료인 테트라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TMAC),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액정고분자(LCP)가 주 제품이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 매출의 6.9%를 점유, 점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진출한 레이저프린터용 종합토너는 신규 수익원이 될 부문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시작해 캐논(Canon), 제온(Zeon), 카오(KAO) 등 메이저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든 것.

이동욱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프린터 토너시장은 현재 45억달러 규모로 앞으로 시장규모가 급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현재 반도체시장 규모를 웃돌고 있는 전체 프린터 시장에서 레이저프린터 토너부문의 눈부신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9월 현재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총 265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원은 "삼성정밀화학의 토너제품은 기존 분쇄형 토너에 비해 고마진이 예상되고, 종합토너 생산능력이 2011년 현재 연간 500t에서 3000t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이익률이 아닌 이익규모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며 "셀룰로스에테르 사업군에 이어 향후 10년 이상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연간 34만t의 국내 유일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요소사업 부문도 국내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신규로 요소수(디젤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을 저감) 사업에 진출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1995년 삼성계열로 편입된 이후 부채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차입금은 '제로'수준이었다. 신규투자에 나서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은 삼성SDI가 11.4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있고, 삼성전자(8.39%) 삼성물산(5.59%) 제일모직(3.16%) 삼성카드(3.12%) 호텔신라(2.24%) 삼성엔지니어링(0.85%) 삼성전기(0.26%) 등 일부 그룹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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