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파가 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책 ‘미래와 세상’

2010-11-10 23:37

   
 
 

(아주경제 오민나)‘구세주 콤플렉스, 과잉생존자 , 다운시프트족, 네네족, 그라민 뱅크’

이 중 몇 개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슨 말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세계미래포럼의 이영탁 이사장이 출간한‘미래와 세상’에 실린 용어다. 저자는 본인이 구세주의 운명을 타고 났다고 굳게 믿는‘구세주 콤플렉스’, 의학기술의 발달로 노화의 최장단계까지 생존하는 노인을 일컫는‘과잉생존자’등은 이미 현실화 됐고,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접하게 될 말로 선정했다. 미래의 현상을 이해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이제 필수다.

비행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영국 로열 소사이어티의 로드 켈빈 사장은“그렇게 무거운 기계가 날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컴퓨터 다섯 대 이상 주문할 시장은 없을 것”이라는 토머스 왓슨 IBM 회장의 확언도 빗나갔다. 이처럼 미래를 보는 혜안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 어렵다고 마냥 제쳐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이 미래를 향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기업과 정부가 정보를 획득해 제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교육부 차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KTB네트워크 회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2009년엔 세계미래포럼을 설립했다.

저자가 행정고시에 합격해 처음 공직에 입문한 1969년, 한국의 정치와 경제는 모두 후진국이었다. 요즘 광고에도 나오 듯 지금의‘KOREA’는 말 한마디로 외국인이 알아듣는 나라지만 그 때의 'KOREA'는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 겨우 알아 들을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불과 몇 십여 년 만에 한국은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이를 지도자와 국민이 미래를 옳게 내다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 덕택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이력에서 비롯한 체험과 미래를 향한 통찰이 녹아있는 책이다.

저자는 미래 준비에 점점 소홀해지고 무관심해져가는 한국 사회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 100세를 향해가고 있지만 60세 전후에 은퇴해 30~40년동안 지루한 인생을 보낼 위험에 처한 한국의 미래를 걱정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기업의 무한경쟁이 점차 극심해져 가는 오늘날, 미래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제대로 인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제나 경영 분야 미래에만 치우친 여느 책과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이 책은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저자의 경험 덕분에 정치ㆍ사회 분야의 미래까지도 함께 바라볼 수 있었다.

정부 정책에서도 저자는 미래사회의 힘은 정부나 기업에 있지 않고 네티즌의 힘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사건건 시비에 휘말려 급기야 세종시가 좌초되는 것만 보아도 과거식 접근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미래는 항상 미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금방 현실로 다가온다. 미래가 현재가 되고 또 곧 과거로 바뀌면서 금방 새로운 미래가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미래의 속성을 미리 파악해 잘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라고 지적 했듯, 현재 한국은 미래를 향한 점검과 통찰이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

"Don't fight with the old. Create the new. Then, the new will kill the old" (과거와 싸우지 말라.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그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 줄 것이다) 미래전도사로 변신한 저자가 한국 사회를 염두에 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생각했던 이 말을 그냥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omn0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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