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전쟁, 이제는 '프리미엄' 승부
철강업계 '빅3'의 후판 전쟁이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프리미엄'에 승부를 걸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후판 공장 신설, 증설 등으로 후판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두께가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주로 선박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말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후판 시장은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약 65%를 차지하고 중국과 일본 등에서 수입한 제품이 나머지를 차지했지만 현대제철의 진입으로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제철이 후판 생산을 본격화 한데 이어, 동국제강이 지난 5월 당진 공장의 후판 생산 능력을 290만t에서 440만t으로 150만t을 늘린데다 포스코도 지난 9월 연산 200만t 규모의 광양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국내 후판 총 생산 가능량이 1250만t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가운데, 3사는 '품질 차별화'가 곧 살 길이라고 판단, 본격적인 실현에 돌입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후판 생산의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은 내년 후판 생산·판매량을 생산능력 수준인 150만t으로 정하고 고급강 생산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제철은 특히 내수 공급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에 선급 인증 취득, TMCP 등 고급 강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조선용 TMCP 후판은 일반적인 후판 제조 방식과는 달리, 소재를 압연하며 정밀한 열처리를 함께 해 제품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초 후판에 대한 선급 인증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 조선용 TMCP 후판에 대한 선급 인증도 모두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주요 수급처가 될 조선업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고로 가동도 안정화되고 제품의 품질도 양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이미 조선용 TMCP 후판의 첫 출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동국제강은 이와 같은 고급 후판 제품의 생산을 향후 최대 75만t까지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TMCP등 고급강재의 기술력에서 있어서 선두 주자인 포스코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중국 등 새로운 수요처를 뚫어 현재 20~30%가량인 후판 수출 비중을 50%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내년 2월 최대 30만t의 후판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후판가공센터를 짓는 것도 이를 겨냥한 것이다.
또 조선용 후판뿐 아니라 API강관, 압력기용 후판 등 다양한 용도의 고급 후판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정화 기자 jh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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